강남 대로변에 나타난 새벽도깨비시장에 깜짝놀라
 

가끔씩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새벽녘이 돼서야
집에 들어갈 때가 있는데, 대중교통이 모두 끊기고
난 이후라, 하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하게 된다.

통상 밤 12시에서 1시 사이에는 택시 잡기가 너무 힘들어
12시가 넘으면 아예 1시까지 회사에서 업무를 보다가
빈 택시들이 생겨나면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며칠 전에도 야근을 하다가 새벽시간에 업무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회사 건너편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잡을 수가 없어 다른 곳으로 옮겨서
택시를 잡으려고 사거리쪽으로 이동 했는데,
사거리 모퉁이를 도는 순간,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사거리가 대낮처럼 훤하게 밝혀져 있는 데다가
수십명의 사람들이 웅성 웅성 모여 있는게 아닌가.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서울 시내 강남 한 복판 사거리 새벽시간,
갑자기 무슨 행사라도 열린 것일까?


평소 야근을 하면 회사 앞 도로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기에 사거리까지는 가 본 적이 없는데,
대로변 사거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건
회사를 이 쪽으로 옮기고 난 뒤 1년여 동안 처음 보는 광경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낮에는 없던 신기한 간이매장들이
이곳 저곳에 생겨난 점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나 볼 수 있는
가방, 열쇠고리, 허리띠 등 각종잡화 매장이나,
아예 티셔츠나, 바지를 파는 옷가게도 있는 게 아닌가.

도대체 이 새벽에 이런 물건을 누구한테 판매한다는 말인가.
아침부터 저녁시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매장들인데, 
원래 상가에 입주해 있는 가게도 아니고
말 그대로 이동식 트럭이나 간이매장 형태인 걸로 봐서는
아마도 새벽에 몇 시간만 장사를 하고
아침 시간에 철수 하는 일종의 도깨비시장 같았다.

덧글) 도깨비 시장 : 정상적 시장이 아닌 일정한 곳에서
상품, 중고품, 고물 따위가 도산매, 투매, 비밀거래 등으로
북적거리는 시장

평소 아침 시간에만 잠깐 좌판을 펼쳐 놓고 생선을
파는 시장이나, 황학동처럼 중고물품을 모아서 파는
벼룩시장 형태의 도깨비 시장은 본 적이 있는데,

강남대로 사거리에 새벽에만 생겨나는 도깨비시장이라니
도대체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겨난 시장인지
그저 놀랍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남들 모두 편히 잠든 새벽시간,
힘들게 달리는 그 분들께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보니
여기 저기서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하거나,
승합차들이 오가면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여기 계신 분들은
다름 아니라 모두 대리운전을 하시는 분들이었다.

아마도 요기 사거리가 사통팔달 서울시내 어디든 갈 수 있는
길목이다 보니 자연스레 대리운전 하시는 분들이 모이는 
중간 집합 장소가 되면서 새벽마다 모이는 대리운전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도깨비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자세히 둘러 보니 잡화나 의류 뿐만아니라,
대리운전에 필수적인 휴대폰가입이나 개통부터,
대출을 해준다는 배너광고도 여기 저기 눈에 띈다.

또 하나 새벽시간 일하시는 분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 줄
붕어빵 가게, 오뎅, 국수가게, 국밥가게 등
가격 싸고 맛깔스런 맛집 포장마차들도 즐비하다.

이렇게 매일 새벽마다 장터가 생길 정도이면, 
얼마나 많은 분들이 날마다 이 곳에서 일을 한단 말인가.
한참을 둘러 본 뒤에야 택시를 타고 집에 갈 수 있었는데,

기사님께 여쭤 보니 서울 도심에 대리기사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고 한다. 새벽 마다 이렇게
도깨비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 곳에서 주로 콜을 받고
손님이 있는 곳으로 이동 하는데, 대리기사분들만
전문적으로 실어 나르는 승합차들을 이용한다고 한다.


대리운전 회사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너도 나도
가격경쟁을 하는 바람에 실제 대리운전 하시는 분들에게
떨어지는 수수료는 점점 작아지고, 심지어는 보험가입도
안 돼 있어 사고가 나도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단 한 번의 콜이라도 더 받으려고
비가 오는 스산한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열심히 뛰는
이 분들을 보면서 내 자신을 뒤 돌아보게 된다.

가끔씩 야근 하는 날이면 "이 시간까지 왜 일을 해야하나"
하고 투덜거리고 짜증낼 때도 많았는데,
이렇게 새벽마다 생계를 위해 힘들게 뛰는 
많은 대리기사분들에 비한다면 나는 배부른 투정을 한 게 아닐까. 

"내가 하고 싶어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인가"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한 손에는 우산을, 또 다른 한 손에는 끊임없이 울려 터지는 휴대폰을 들고
허기진 속을 붕어빵이나 국수 한 그릇으로 떼우며,
가족을 위해 또 다른 자신의 목표를 위해 새벽 내내 
열심히 달리는 대리기사님들께 우리 모두
뜨거운 응원의 박수와 격려의 마음을 전해 보면 어떨까.

"대리기사님들 힘 내시고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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