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리를 주로 하는 요리블로거도 아니고 직장생활 하면서 요리할 시간을 내기도 쉽지가 않아서 요리를 직접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요. 요리를 잘 하시는 분들이 보면 별것 아닌 요리도 제대로 하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요리가 한 가지 있는데요. 바로 닭볶음탕입니다.

대학교 시절 학교앞에서 닭볶음탕을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이 있었는데요.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면 곧장 그 식당으로 달려가서 닭볶음탕 한 마리에 소주 한 잔 걸치고 나서 마지막에 밥까지 볶아 먹으면 얼마나 맛있던지 말이죠. 술자리를 하고나면 헤어짐이 아쉬워 동기나 후배들을 제 자취방에 데려가곤 했었는데요.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무슨 먹거리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래서 고민 끝에 도전해 본 요리가 바로 닭볶음탕입니다.

다른 요리와 달리 배고플 때는 요기를 할 수 있으면서도 소주안주로도 안성맞춤이거든요.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있었습니다. 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너무 싱겁게 조리가 되거나, 반대로 너무 쫄아서 닭이나 부재료가 모두 타버리거나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 했구요. 닭고기 속에 간이 제대로 베어있지 않아서 국물과 고기가 따로 놀거나 각종 부재료를 조리시간에 맞게 넣지 못해서 모두 부스러지거나 흐물거리게되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그렇게 10여년을 하고나니 닭볶음탕이라면 자신감이 생겼는데요. 일주일전 안면도에 MT를 갈 일이 생겨서 바로 근처에서 생닭 2마리를 구매했습니다. 제 요리실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죠. 그런데 닭볶음탕 요리를 안 해본 지가 10년가까이 돼서 잘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요. 자 그럼 저만의 닭볶음탕을 어떻게 만드는지 함 보실까요.

먼저 생닭을 흐르는 물에 씻어서 끓는 물에 살짝 한소큼 익혀 줍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냥 생닭을 다른 요리와 함께 넣었을 때 서로 익는 속도가 달라 자칫 닭이 잘 익지 않거나 닭을 제대로 읽히면 채소가 너무 물러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또 하나는 미리 삶아내서 조리하면 고기 특유의 비린내도 없앨 수 있답니다.


그리고 다음엔 부재료로 들어갈 감자, 대파, 당근, 양파, 고추 등 각종야채를 깨끗하게 씻어서 알맞은 크기로 잘라 둡니다.

이제 제일 중요한 양념장인데요. 닭볶음탕 전체의 맛을 좌지우지할 특제 양념입니다. 간장, 설탕, 후추, 깨, 참기름, 물엿, 설탕, 맛술, 마늘, 고추가루, 고추장 등을 넣어 만든 양념입니다. 오늘은 MT를 나온지라 이렇게 미리 양념을 만들어서 준비해왔습니다. 양념을 미리 한 번 삶아 둔 닭고기와 야채에 넣고 적당히 버무려 줍니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모든 야채를 먼저 넣는 것이 아니라 조리에 시간이 필요한 감자나, 당근 등을 먼저 넣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제 잘 버무려졌으면 가스렌지 위에 올려 놓고 중불로 천천이 끓이면서 골고루 익도록 잘 섞어 줍니다. 오호..이제 슬슬 맛있는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제 적당히 감자나 당근이 익어갈 때 쯤에 나머지 대파와 양파를 넣어 줍니다. 쉽게 익는 야채는 미리 넣지 않고 이렇게 나중에 넣어줘야 너무 흐물흐물해지지 않습니다.

이제 약한 불로 조리를 계속 합니다. 오호~~드뎌 닭볶음탕이 완성되었습니다. 모두들 허기가 진 상태라 음식이 나오자마자 정신이 없습니다. 요리를 하면서 이것저것 다른 일을 동시에 해서 그런지 닭은 알맞게 익었는데 감자나 당근이 너무 많이 익었습니다.

요리가 올라오고 밥이 익자마자 모두들 말이 없습니다. 이렇다 저렇다 아무 말이 없길래 혹시 "맛이 없나"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모두들 한 공기 뚝딱하고, 닭볶음탕은 완전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서야 모두들 한 마디씩 거듭니다. 원래 요리가 별로 맛이 없으면 그냥 "괜찮아요" 하고 먹기 시작하는데 너무 맛있고 배가 고파서 먼저 먹고 나서야 평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반응은 "의외다, 깜짝 놀랐다. 정말 맛있다"등이었는데요. 아마도 밖에 나와서 배도 고프기도 한 터라 더 맛있게 느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해 본 요리인데 모두들 너무 맛있게 먹는 것 같아서 마음 한 구석이 뿌듯했습니다. 늦은 점심을 하고 나서 이제 조금 배가 불러 왔는데요. 가져온 양념장도 남았고 저녁에 안주거리도 만들어야겠기에 목살에 양념장을 넣고 버무려서 목살 주물럭을 만들어 봅니다.

이렇게 지글지글 볶아 놓으니 소주 안주로 딱입니다. 목살이 아주 쫄깃하고 양념이 쏙쏙 베서 달콤하고 입에 착 달라 붙습니다.

요렇게 맛있는 주물럭을 상추와 깻잎, 고추와 함께 쌈을 해서 한 입하니, 정말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마지막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하고 나니 이제서야 피로가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방바닥이 어찌나 뜨거운지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안면도에서의 하룻밤이 저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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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12.23 10:00 신고 [Edit/Del] [Reply]
    엠티라...저도 엠티가서 먹고 싶네요
  3. 2010.12.23 10:27 신고 [Edit/Del] [Reply]
    후훗! 닭볶음탕 수준급인데요? ^^
  4. 2010.12.23 12:23 [Edit/Del] [Reply]
    이제부터 닭볶음탕 최고 브랜드는
    미스터표입니다!!
    • 2010.12.24 13:17 신고 [Edit/Del]
      오호..이렇게 과분한 영광을 제게 주시다뇨..
      그냥 먹을만한 수준입니다. 요리블로거분들이
      보시면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수준이죠..그래도
      맛있게 드셨답니다.
  5. 2010.12.23 12:59 [Edit/Del] [Reply]
    닭볶음탕 고수신데요?! 사진을 보니 너무 먹음직스럽습니다^^;
  6. 2010.12.23 13:26 [Edit/Del] [Reply]
    브랜드님도 요리하셔요?
    ㅎㅎ
    저희 집 남편도 요리 좀 시켜 볼까요?
    라면 말고는 만들어 본 적이 없거든요.
  7. 2010.12.23 14:32 신고 [Edit/Del] [Reply]
    브랜드님 실력발휘 제대로 하셨군요 ^^~ 저도 맛봤어야 했는데
    으흑.. 아쉽기만 합니다 ㅜㅜ
  8. 2010.12.23 15:15 신고 [Edit/Del] [Reply]
    크~ 십년만의 실력이 이정도면....^^
    정말 맛나겟습니다~
  9. 2010.12.23 15:26 [Edit/Del] [Reply]
    보기만해도 군침이 팍팍 도는걸요?ㅎㅎ
    요리 잘하시는데요~뭘~저도 이렇게 배워가서 쏨씨좀 발휘해야겠습니다ㅋㅋㅋ
  10. 보리
    2010.12.23 17:03 [Edit/Del] [Reply]
    저도..젓가락하나..햇반하나...소주잔 하나 들고 끼여들고 싶은걸요...!!

    닭도리탕도....주물럭도 맛나보이고...여럿이 함께라서 더 행복한 밥상이었을것 같네요...^^
  11. 2010.12.23 20:43 [Edit/Del] [Reply]
    10년만에 이정도면,,
    결혼하시면 사랑받는 남편 되실것 같아요^^
  12. 2010.12.23 21:43 신고 [Edit/Del] [Reply]
    파리아줌마님...미스터 브랜드님 이미 엄청나게 사랑받고 있는 유부남이십니다~에헤헤^^
    음...사진이 맛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군요...!!!
    정말 엄청난 요리에 거듭 감동하고 갑니다~^^
  13. 2010.12.23 22:53 신고 [Edit/Del] [Reply]
    솜씨가 좋으시군요^^
    요리란 항상 사람을 즐겁게 하는것 같네요 ㅎㅎㅎ
  14. 2010.12.23 23:12 신고 [Edit/Del] [Reply]
    아주 아주 얼큰하게 해서 닭볶음탕 두 냄비 돼지 주물럭 한접시 홍콩 배달 해주세요. 크리스 마스 이브날 까지ㅎㅎㅎ
  15. 2010.12.24 10:53 [Edit/Del] [Reply]
    요리블로그에 온 줄 알았어요! 우왕..
    솜씨가 진짜 대단하신데요?
    닭볶음탕 너무 맛있어 보여요^ㅇ^
    아 배고프당..ㅎㅎㅎ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16. 2010.12.24 12:39 신고 [Edit/Del] [Reply]
    아아, 맛있겠다. 특제양념이 가장 중요한데 말이죠. ㅋ
    밥에 말아먹거나 청하와 함께하고 싶군요 ~~
  17. 2010.12.24 15:10 신고 [Edit/Del] [Reply]
    맛있게 한끼 거하게 드셨겠는걸요 ^^
    밖에서 저리 드시기도 힘들텐데 멋지십니다
    특제 양념이 비결이었군요..후후..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좋은 분들과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18. 2010.12.24 17:00 신고 [Edit/Del] [Reply]
    이런.고수의포스^^.. 저도 한번 살작 삶고 시작하는데..찌찌뽕입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저도 맛보고 싶어요^^;;
  19. 2010.12.24 18:32 [Edit/Del] [Reply]
    필살기를 갖고 계시군요!!! ㅋㅋ
    정말 소주 안주로도 좋~고 밥 비벼먹어도 좋~고...
    사랑받을 음식이죠!!!
    메리 크리스마스!!!
  20. 2010.12.24 20:54 신고 [Edit/Del] [Reply]
    닭볶음탕 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메리크리스마스~
  21. 2011.03.21 01:06 신고 [Edit/Del] [Reply]
    저도 이런 내공이 생길 때 까지 분발해야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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