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을 처음 계획 했을 때
제일 걱정이 됐던 부분이 먹거리 문제였다.
대학교 시절 몇 번 제주도를 놀러 간 기억 속에는
제주도 음식이 썩 입맛에 맞지 않아
며칠간 김밥만 먹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번 제주도여행은 사전에 맛집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현지에 사는 분들께
직접 여쭤 보고 미리 몇 개의 맛집을 고려해 두고 있었다.

제주여행 첫 날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추적 추적 이슬비가 내리더니 오후내내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비를 맞고 관광지를 여행하기도 뭣하고 해서
제주시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가까운 곳 몇 군데를 들르고 나서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이미 도착한 날 반나절을 까 먹은 상황이라
계획했던 관광지를 다 돌아볼 수 있으려면,
다음 날 아침은 일찍 일어나서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부랴 부랴 서둘러 나와서 보니

어제 저녁도 못 한데다가 이제 떠나서 관광지를
몇 군데 거쳐서 중문쪽으로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어디선가 요기를 하고 가야했다.

그런데 이미 알아 둔 맛집은 호텔 근처에는 없고,
대부분 관광지에 있거나 시내에 있어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아서 대략난감한 상황이다.

어찌할까를 고민하다가, 조금 뻔뻔하고 미안하지만,
제주도에 사는 지인에게 아침부터 전화를 했다.
제주시 'OO호텔'근처인데 아침을 먹을만한 곳을 알려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 분이 전화를 받자마자

'아 거기라면 바로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곳에
정말 맛있는 해장국집이 있다'고 알려주신다.
단박에 대답을 해 주시는 걸 보면 '꽤나 유명한 집인가 보다'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해장국집이 뭐 별거 있나'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른 시간에 영업을 하는 것만도 다행아닌가.

호텔에서 나와서 부랴 부랴 일러준 길을 찾아가 보니
정말 도보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미풍해장국'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그런데 여느 해장국집과는 달리 슬로건이 참 마음에 와 닿는다.
'대를 이어 끓이는 30년 정성, 제주의 아침을 깨우는 진한 한 그릇'
뭔가 식당의 내공이 느껴지면서도 참 시적인 표현이다.
30년 전통 해장국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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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식당표어에서 느낀 그대로
손님들이 아침부터 얼마나 많은지 앉을 자리가 없다.
벽면 가득 다녀간 사람들의 싸인도 가득하다.
정말로 30년 내공에 맛이 좋은 해장국집인가 보다.

 

 

 


메뉴판을 보니 해장국백반 메뉴 딱 하나다.
역시 메뉴에 자신 있는 집은 이것 저것 하지 않는다.
원산지 표시도 아주 부분별로 자세히 되어 있다.

 


쌀, 우거지, 깍두기는 모두 국내산이다.
쇠고기는 생지, 소머리, 육수는 국내산이고,
양지만 호주산 또는 뉴질랜스산이란다.
원산지 표시도 부위별로 정확하게 해 놓은 걸 보면, 
참 양심적인 가게라는 느낌이 든다.

 


반찬도 아주 심플하다.
깍두기 반찬과 풋고추, 그리고 쌈장에 마늘다대기가 끝이다.
일반 깍두기와 물김치가 섞여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냥 깍두기처럼 매콤한 맛이 아니라.
약간 달짝지근하면서 시원한 느낌이 나는 그런 맛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해장국이 드뎌 등장하신다.
근데 여태까지 먹어 본 해장국과는 사뭇 색깔이 다르다.
불그스름한 고추기름위에 거무잡잡한 무언가가 색 다르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통후추가 많이 들어간 듯 하다.

 

 

푸짐한 쇠고기 양지, 머릿고기가 아주 부드럽다.
선지도 풍부하고, 콩나물까지 아주 시원한 맛을 배가 시킨다.
그냥 볼 것도 없이 밥 한 공기를 통째로 말아 넣었다.

 

 

 


그리고 한 숟갈 맛을 보니,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해장국과는 사뭇 다른 맛이 느껴진다.
아마도 통후추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그냥 매콤한 맛이라기 보다는 후추의 알싸한 맛이 강하다.


뭔가 이 집만의 매콤 쌉싸름한 풍미가 입 안 가득이다.
해장국 맛을 보고 나니 왜 깍두기를 이렇게 담궜는지 이해가 됐다.
해장국 자체가 국물이 진하고 알싸하다 보니
깍두기는 상대적으로 강한 맛 보다는
물김치처럼 약간은 묽고 달콤하게 만든 모양이다.

 

 


밥 한 숟가락에 깍두기를 올려 놓고 맛을 보니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이 따로 없다.
지금껏 먹었던 다양한 해장국이 내게 주었던
그 어떤 것으로도 대변될 수 없는 맛이다.

 


'제주도 음식은 뭔가 입 맛에 맞지 않아,
제주도까지 와서 무슨 해장국이야' 하고
생각했던 편견이 한 순간에 무너진 느낌이다.
대를 이어 끓인다는 30년 전통의 내공이
그냥 쌓일 리 없지 않은가.

 

 

 


제주도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던 날 아침
공항에서까지 생각나던 그 해장국,
'이제 떠나면 저 해장국을 언제 먹을까'
하며 못내 아쉬워했던 '미풍 해장국',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때 해장국 맛이 그리워
다시 제주도를 가고 싶을만큼 강력한 그 맛.
제주도에 가신다면 반드시 맛 보시라고
감히 강력 추천해 드리는 바이다.

맛집 정보 : 제주 맛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연동 11길 15(연동 THE HOTEL 남쪽 50m),
'미풍해장국' 신제주점, 전화번호) 064-749-6776, 711-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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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전 댓글 더보기
  2. 2011.10.12 13:49 신고 [Edit/Del] [Reply]
    오옷, 강력추천이라니!! 가보고 싶습니다.
    저렇게 막걸리한잔 씩 파는건 너무 마음에 드는걸요 ㅎㅎ
  3. 맛있는
    2011.10.12 14:32 [Edit/Del] [Reply]
    저도 그래서 이번 겨울에 다시 제주 갈려구용

    제주 사람한테 들은데라 정말 맛있었던 기억과 함께~~~
  4. 2011.10.12 15:43 신고 [Edit/Del] [Reply]
    제주공항하고 가까운 곳이군요.
    다음에 내려가면 꼭 먹어봐야겠습니다~
  5. 2011.10.12 15:49 신고 [Edit/Del] [Reply]
    오호.. 만족스러운 곳이라니 가보구 싶네요~! ㅎ
  6. 2011.10.12 16:14 신고 [Edit/Del] [Reply]
    아 정말 얼큰하고 먹음직스러운 해장국이네요 제주 한번 더 가보고 싶어지는 군요 ^^
  7. 승혁맘
    2011.10.12 17:03 [Edit/Del] [Reply]
    미풍해장국 원조는 제주시 중앙로 (구)대학병원옆 미풍해장국입니다. 신제주는 지점이예영
  8. 2011.10.12 17:26 신고 [Edit/Del] [Reply]
    정말 먹음직 스럽네요.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제주도 가면 찾아가보고 싶네요.
  9. 2011.10.12 18:06 신고 [Edit/Del] [Reply]
    얼마나 맛잇는 해장국이길래
    그것을 먹으러 다시 제주도를 가신다고&^
    제목만 보아도 대박이라는 생각을^^
  10. 하하.
    2011.10.12 18:50 [Edit/Del] [Reply]
    저희 집앞인데... 미풍해장국 유명하죠. ^^ 주말에 먹으러가야겠네요.
    블로거에서 이렇게 고향을 만나면 또 뭔가 반가워요
  11. 2011.10.12 19:41 신고 [Edit/Del] [Reply]
    우오오오... 입에 침이 가득.. 꼴깍 ^^
  12. 2011.10.12 20:54 신고 [Edit/Del] [Reply]
    해장국이.. 기본에 충실해 보입니다...
    해장국에.. 해장술로.. 막걸리 한 잔 하면.. 좋겠는데요.. ㅎㅎ
  13. 2011.10.12 22:44 신고 [Edit/Del] [Reply]
    지금 배 무지 고파요..ㅜㅜ
  14. 2011.10.13 07:47 [Edit/Del] [Reply]
    아이들과 같이 갈때는 맵지않게 달라고 하시면 맑은 국물로도 나옵니다.
    사진보니 또 먹고 싶네요.
  15. 2011.10.13 08:48 [Edit/Del] [Reply]
    Wow.. 정말 맛있겠어요~
  16. 2011.10.13 09:07 신고 [Edit/Del] [Reply]
    해장국이 딱 필요한 아침이었는데..
    눈요기로는 너무 아쉬움이 크게 남는 흑..
    그러고보니 전 제주도 갈때마다 먹는 것에는 다소 소홀했던것 같네요. ㅎㅎ
    다음에 꼭 가보겠습니다. 파르르님도 인정할정도면. ㅎㅎ
  17. 2011.10.13 14:36 [Edit/Del] [Reply]
    점심을 먹고 와서 배가 꽤 부르지만....
    밥 마는 사진컷에서 순간 저도 모르게 입에서 침이 팍~~~ 분산되었어요. ㅎㅎㅎ
    정말 맛난 사진 잘 보았습니다.
  18. 2011.10.13 15:11 신고 [Edit/Del] [Reply]
    해장국의 자태가 완전 남다르네요.
    빨간 해장국을 보는 순간....
    완전 구미가 동합니다...흑..
  19. 2011.10.13 15:17 신고 [Edit/Del] [Reply]
    화면에서 얼큰함이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_+
    잘 보고 가요 ~ ㅎ
  20. 2011.10.13 18:02 [Edit/Del] [Reply]
    빨간 색이 정말로 식욕을 자극하네요~ 오늘 해장국이 정말 먹고 싶어집니다!
    특히 물김치와 함께 해장국 한 술에 잘 익은 고추 찍어먹으면... 이야~ 정말로 천국이 따로 없겠네요!!!

    덕분에 눈이 즐거웠습니다 ^^ 감사합니다~!
  21. 2011.10.15 12:08 신고 [Edit/Del] [Reply]
    역시 해장국에는 깍뚜기가 제격이죠... 오늘은 볶음우동 먹었는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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