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승훈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아시아 최초로 10,000m에서 금메달을 땄네요. 이제 이승훈 선수가 우리나라 스피드 스케이팅의 희망에서 장거리 스프린터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승훈 선수가 기록한 12분 58초 55라는 기록은 본인이 한달 전에 세운 기록을 무려 21초 앞당긴 기록이며 지난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기록을 경신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 번 금메달로 인해서 이승훈 선수가 운이 좋아서 메달을 딴 것이 아닌 진정한 실력을 가진 세계적인 선수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였습니다. 같이 경쟁했던 크라머 선수가 2,000m이후 이승훈 선수의 기록을 앞서나가고 있어서 한 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는데요 결국 인코스를 2번 도는 초보적인 실수로 실격처리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간 우리나라 동계올림픽에서의 쇼트트랙에서의 싹쓸이 금메달 경험으로 인해 이번 벤쿠버 올림픽에서도 쇼트트랙에서 다수의 금메달과, 단연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에만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김연아 선수야 올림픽 출전은 처음이지만 그간 세계선수권이나 각종 대회에서의 실력을 그대로만 보여준다면 금메달이 유력한 것이 사실입니다.(어제 26일 쇼트, 프리모두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습니다. 오늘 SBS 뉴스를 보니 한달 전에 발목부상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런 이유로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한 동안 훈련강도를 줄였다고 합니다. 부상을 안고도 세계최고의 스코어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우리나라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은 이규혁, 이강석, 이승훈, 모태범, 문준, 이기호, 하홍선, 이종우 총8명과 여자선수로는 이상화, 이보라, 오민지, 안지민, 이주연, 노선영, 박도영, 김유림 총8명 전체 16명의 선수가 이 번 벤쿠버 동계올림픽에 참여했는데요.(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모태범 선수와 이상화 선수가 깜짝 금메달을 땄네요. 축하 드립니다.) 결국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뜻하지 않게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덜 했던 이승훈, 89년 동갑내기인 이상화, 모태범 선수가 메달을 따게 됐습니다.
이승훈

△ 대한민국 최초 스피드 스케이팅 5,000m 금은메달을 안겨 준 이승훈 선수.[출처:SBS]

그간 우리나라는 쇼트트랙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왔으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전통의 유럽 강호들에 밀려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에서의 이승훈 선수의 금은메달은 진정한 동계올림픽의 강자로 대한민국이 우뚝 서는 계기가 됐습니다.


쇼트트랙이라는 새로운 경기가 생겨 나면서 한국이 메달을 따게 되자, 그간 동계올림픽에서 맹주로 군림해 오던, 러시아를 비롯한 미국, 북유럽, 동유럽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룰을 바꾸거나, 애써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의 진정한 종목이 아니다라고 외면해 왔는데요. 오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의 메달로 한국이 이제 진정으로 그들이 인정하는 동계올림픽의 강국이 된 것이죠.

김윤만, 이강석 선수에 이어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우리나라선수로는 3번째 메달이 된 셈인데요. 이 번 이승훈 선수의 메달은 장거리에서는 아시아 최초의 금은메달이라고 합니다. 최근까지도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그 전까지 대한민국의 대표선수로 이규혁, 이강석선수를 꼽았었습니다. 각종 우리나라 스피드 스케이팅의 기록을 갈아 치우며 승승장구 했던 그들도 국제 경기에서는 불운하게도 매번 쓴 잔을 마시곤 했는데요. 이 번 벤쿠버올림픽에서도 사실 이승훈 선수나 모태범 선수 보다는 이규혁선수나 이강석 선수들에게 관심을 더 가졌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승훈 선수가 갑자기 이렇게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좋은 기록으로 금은메달을 따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이승훈 선수가 마지막 2바퀴를 남겨 놓고 가속을 하는 막판 스퍼트가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통상 다른 선수들은 마지막으로 갈수록 랩타임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승훈 선수는 마지막에 더 가속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한데요. 그 비밀은 그가 원래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었다라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도 쇼트트랙 경기를 보시면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특히,
중장거리 경기에 있어서 초반에 무리하지 않고 후 순위에서 따라 가다가 마지막 2-3바퀴를 남겨 두고 인코너 아웃코너를 가리지 않고 재빨리 순간 속도를 높여 터보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쇼트트랙에서의 마지막 터보 추진력을 스피드 스케이팅에 접목해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중계방송을 보면서 깜짝 놀랐던 사실은 이승훈 선수가 마지막 골라인에 들어올 때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들이 자주 사용하는 막판 한 발 스케이트 들이밀기를 하더라는 겁니다.
평소 쇼트트랙 선수였던 그가 항상 트레이닝 받아오던 그 테크닉이 자기도 모르게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도 나타나게 된 것이 아닐까요. 결국 쇼트트랙에서 몸에 길들여진 막판 터보 스퍼트와 함께 결승선에서의 스케이트 들이밀기가 금은메달 획득의 숨은 비결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쇼트트랙 주특기

△ 막판 터보 추진력과 스케이트 들이밀기로 기록을 단축시킨 이승훈 선수


쇼트트랙에서의 이 마지막 한 발 들이밀기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지금 국가대표 감독인 김기훈 선수가 최초로 사용했던 필살기 였습니다. 이후 우리나라 선수들은 마지막 분초를 다투는 결승라인에서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서 자주 사용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는데요.

덧) 쇼트트랙은 바닥에 센서가 있어 스케이트 날을 바닥에서 떼지 않고 먼저 내밀어야 하고, 스피드 스케이팅은 위쪽에 센서가 있어 발차기 하는 식으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발을 내미는 것을 '날차기'라고 한다고 합니다. 정확한 내용을 댓글로 달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래 보시면 모태범 선수도 마지막 골라인에서 '날차기'를 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모태범 선수

△ 대한민국 최초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을 안겨 준 모태범 선수, 골라인에서 날차기를 하네요.[출처:SBS]


이승훈 선수는 지난해 4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떨어진 이후 좌절하지 않고 곧 바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후 짧은 시간에 5,000m 및 10,000에서 국내 기록을 계속해서 경신해 왔습니다. 사실 이 번 이승훈 선수의 금은메달 획득은 이승훈 선수 한 명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가 앞으로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요.

쇼트트랙에 있어서는 세계최고의 노우하우를 가진 코치진과 잠재력 있는 선수를 보유한 우리나라로써는 향후 이승훈 선수와 같이 쇼트트랙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해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됨으로 인해,  쇼트트랙선수는 쇼트트랙이라는 테크닉에만 강한 것이 아니라 조금만 다른 방식으로 트레이닝을 한다면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동계올림픽 최초로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부분에서 금은메달을 안겨 준 이승훈 선수에게 찬사를 보내며, 국가대표 탈락에도 굴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해서 메달을 따기까지 그간의 노력과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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