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애인과 부모님이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들어 본 적이 있을텐데요. 이와 비슷하게 친구들 사이에서 우정을 확인하거나 애인 사이에 사랑의 강도를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에게 '세상에서 그 무엇 보다도 내가 너에게 최우선이 되어야해'라는 암묵적 동의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어제(3월 5일) MBC '무한도전 사생결단'편에서는 말 그대로 死生決斷(죽고 삶을 돌보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함.)의 상황을 재연했는데요. 절대절명의 순간에서 갈등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본인의 의도대로 사람을 움직여서 선택하게 만드는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조커식 범죄예고를 각색해서 극한의 상황에서 '본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 와 '스스로를 위해 의리를 져 버릴 것인지, 모두를 위해 본인의 양심을 지킬 것인지'를 무한도전 7인의 멤버들을 통해 실험을 했습니다.

첫번째 실험. 박명수 vs 정준하 누구를 살릴 것인가?

무한도전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박명수와 정준하가 나머지 멤버들의 선택이 대상이 되고, 이들은 각각 충무로 진양상가 지하 기관실과 전기실에 갇히게 됩니다. 나머지 멤버들은 두 명 중 한 명만을 구할 수 있으며 제한 시간은 1시간이라는 미션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기막힌 반전이 존재 하는데요. 실제 박명수와 정준하가 갇혀 있다고 알려진 장소가 서로 바뀌어 있다는 겁니다.

미션을 부여 받은 홍철, 재석, 길, 하하, 형돈은 각각의 집에서 출발하여 박명수와 정형돈이 갇혀 있는 목적지인 충무로 진양상가로 향하게 되는데요. 미션을 수행하면서 각자의 멤버들은 박명수와 정준하 사이에서 누구를 구할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시민들에게 묻기도 합니다.

박명수를 구해야 한다는 이유로는 '결혼해서 처자식이 있으니까, 큰 형이므로, 유재석 다음의 2인자이므로, 잔정이 많아서' 등이 많았으며 정준하를 구해야 한다는 의견으로는 '무식해서, 아직 결혼도 못했으니까. 지금 열애중이며 외동아들이므로, 불쌍해서'등이 대다수를 이뤘습니다. 거기에 각자의 멤버들마다 박명수와 정준하와의 사적인 인연과 관계를 생각하며 갈등하게 됩니다.

드뎌 멤버들이 하나둘씩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고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실과 기관실의 양갈래로 갈라지는 고뇌의 벽에서 모두들 한 번쯤은 갈등하게 되는데요. 제일먼저 도착한 노홍철과 유재석은 박명수를 구하기로 마음 먹고 명수형을 외치며 들어가지만, 실제로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준하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말 그대로 정준하를 구하러 온 사람은 노홍철과 유재석이지만 실제로는 박명수를 구하려고 마음 먹고 온 사람이기에 이들의 관계는 어색하고 썰렁하기만 합니다.

반면 하하와 형돈 그리고 길은 정준하를 구하려고 마음먹고 들어 갔다가 박명수를 만나게 되는데요. 이들의 관계 역시 썰렁하고 불편하기는 다름 없습니다. 결국 이 번 게임은 정준하와 박명수가 3대2로 정준하의 승리로 끝났는데요. 승리는 했지만 본인을 구하러 오지 않은 멤버들에 대한 서운함은 쉽게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후 정준하와 유재석, 노홍첥팀과 박명수, 하하, 형돈, 길의팀이 각각 차에 나누어 타고 일산 MBC로 향하게 되는데요. 각팀의 차 안에서 박명수와 정준하와의 서먹한 관계를 해결하기위해 나머지 멤버들은 갖은 아부와 설득을 하게 됩니다. 드뎌 방송국에 도착해서 실제 박명수와 정주하를 원래 구하려고 했던 맴버들이 뜨거운 상봉을 하게 되는데요. 즉 원래 구하려고 마음 먹었던 멤버들끼리 다시 팀을 이루게 됩니다.

두번째 실험.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일 것인가?

이렇게 해서 박명수, 유재석, 노홍철이 다시 한 팀이 되고, 정준하, 하하, 길, 형돈이 한 팀이 됩니다. 이 들은 각기 다른 방에 들어가서 또 다른 미션을 받게 되는데요. 곧 1분 후에 독가스가 살포되며, 박명수팀 방에는 방독면이 1개밖에 없고, 정준하팀 방에는 방독면이 2개밖에 없다는 멘트가 흘러 나옵니다.

즉, 각자의 방에서 2명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인데요. 처음 서로의 우정와 의리를 확인했던 같은 팀끼리 목숨을 두고 서로 싸우거나 양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멤버들은 서로 본인이 살겠다고 방독면 탈취하기위해 서로의 의리를 져 버리게 됩니다.


마지막 실험. 모두 죽을 것인가? 나만 살 것인가?

마지막으로 각자의 이름이 써 있는 방으로 7인의 멤버들이 들어가고 방 안에 갇히게 됩니다. 각자의 방 안에는 녹색버튼과 버저가 있는데요. 앞으로 1시간이면 모든 세트가 무너지며 녹색 버튼을 누르면 다른 누군가의 방이 폭파된다는 멘트가 흘러 나옵니다. 결국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1시간 후에 모두가 셋트가 무너져서 죽게 되는 것이고, 다른 멤버가 누르기 전에 빨리 다른 방을 폭파하면 본인이 살 수도 있는 것이죠.

이것도 알고 보니 제작진의 속임수였는데요. 박명수와 유재석 그리고 하하가 먼저 녹색버튼을 눌렀는데 의외로 본인들 스스로가 아웃되고 맙니다. 즉 녹색버튼을 누르면 스스로가 죽임을 당하게 되는 것이죠. 그 다음은 형돈이 아웃되고, 길은 장난을 치다가 버튼을 잘못 눌러 아웃이 됩니다. 이후 몇 번의 장난을 치던 홍철이 아웃되고, 마지막까지 남은 준하는 이제 1시간이 다 되어가는 카운트다운이 제로가 되는 순간 녹색버튼을 눌러 스스로 아웃되면서 7인의 멤버 모두가 아웃되게 됩니다.

정리해 보면 이 날의 실험은 3단계로 이루어졌는데요. 첫번째 박명수와 정준하 둘 중 누구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두번째 박명수와 정준하를 각각 선택한 멤버들끼리 팀을 이룬 다음 서로 의리를 확인한 팀 내에서 서로의 의리를 다시 확인하는 실험이 이루어지고 마지막으로 각각의 멤버들의 행동에 따라 모두가 죽을 것인지 한 명이라도 살아 남을 것인지에 대한 미션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요.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사생결단', 과연 누구를 위한 '사생결단'인가?

김태호 PD는 본인의 트위터에서 조커의 아이디어를 각색했는데 풀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습니다. 앞의 스토리가 많이 생략되었다고는 하지만 각각의 단계별로 멤버들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멤버들 간의 그 동안의 생각들과 우정을 확인 하는 과정에서의 재미 그리고 본인들 스스로의 욕심과 남을 생각하는 의리사이에서의 끊임없는 갈등과 긴장감이 잘 어우러진 방송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무한도전 '사생결단'편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과연 나에게 진정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우선순위를 누군가 강요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그 동안 오랜 관계와 믿음으로 지내왔던 사람들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그 의리와 우정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결국은 본인 스스로를 우선시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극한의 상황에서는 무도의 7인처럼 결국 모두 본인 각자가 살기 위해서 의리와 우정을 져 버리는 '사생결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모든 인간은 본래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극단의 가정이긴 하지만, 다시 한 번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진정 나는 그들을 위해 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사생결단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평소에 어떻게 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내 스스로의 철학이나 가치관은 무엇인지' 한 번쯤은 다시 내 자신을 되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인용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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