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각 분야별로 협력업체 및 대행사와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요즘은 사실 대부분의 산업에 있어서 한 회사에서 모든 것을 생산하고 관리하기 보다는 단계별, 분야별로 철저하게 전문성을 가진 회사들이 서로 계약관계에 의해서 서로 협력하고 공동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화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 내에서 유관부서와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업무교류도 중요하지만, 파트너인 협력사와의 업무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부서의 성격에 따라서는 대부분의 업무가 협력사 또는 대행사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협력사와의 관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및 업무진행으로 서로에게 비효율을 초래하거나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데요. 제가 주로 마케팅쪽의 경험이 많은 관계로 '광고주와 광고대행사'의 사례를 들어 한 번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쳇말로 광고주는
2가지만 잘 하면 얼마든지 대행사를 제 맘대로 다룰 수 있다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 광고주가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준비해 주세요" 라고 대행사에게 오더를 줬는데 너무나도 가이드라인에 충실하게 잘 해 왔다면 시키는 것 밖에 못하느냐라고 하면 되고, 반대로 가이드라인 이외에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해서 잘 해 왔다면 왜 시키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느냐라고 하면 된다는 거죠. 이 두 가지를 지속적으로 반복만 해도 얼마든지 대행사를 소위, 을처럼 맘대로 부릴 수 있다는 얘기 입니다.

 

사실 위의 얘기는 저도 우스개 소리로 술 자리에서 예를 들때 가끔씩 인용하곤 합니다만, 이러한 얘기가 회자되는 이유는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종종 광고주와 대행사의 관계를 파트너로서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일 하는 관계가 아닌 "단순히 일을 시키고, 시키는 일을 하고" 하는 '갑을관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광고주들도 많습니다.)


광고주는 광고를 해야 할 해당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마케팅전략 하에서 광고 이외의 세일즈, 손익, 유통, 영업, 디자인, 프로모션 등 각각의 활동들이 유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광고 목표나 방향성에 대한 전략은 광고주의 깊이 있는 고민 속에서 나와야 하는 겁니다. 그 이후 그런 광고주의 목표나 방향성에 근거한 실제 크리에이티브나 Tactical한 전술부분은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대행사가 수행하면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광고주가 방향성이나 전략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하지 않고 대행사한테 "그냥 알아서 만들어 주세요" 라고 부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방향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받고 나면 대행사 입장에서도 올바른 크리에이티브나 실행방안을 제시 하기가 참으로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물리적으로 한정된 시간과 비용을 가지고 모든 대안을 한없이 검토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행사가 나름의 고민을 통해 시안을 제시하면 전략에 대한 얘기 보다는 시안의 디테일을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 서로의 역할과 책임이 뒤 바뀌는 경우인 것이죠, 해당 제품에 대한 전략이나 방향성에 대한 부분은 사실 광고대행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광고주 이해의 깊이를 따라가기 힘들며, 실제 시안을 만들어 내는 기술적인 부분은 광고주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전문 대행사를 따라가기 힘든 것이기에, 전략을 광고주가 고민하지 않고 디테일한 시안에 대해서만 관리를 한다는 것은 물고기를 뭍에 두는 것처럼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주위에 아직도 많이 존재하는걸 보면 신입사원 때부터 광고대행사와는 달리 해당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습득이나 업무함양에 대한 노력없이 업무배치만 받으면 광고주를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대행사만 잘 부리면 되겠지"하는 생각, 즉 광고주와 대행사를 단순한 종속적인 관계로 생각하는데서 기인한 것이며, 또 하나는 마케팅 목표에 따른 방향성이나 전략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는 광고주의 직무유기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행사 입장에서는 광고주측에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제일 두렵기도 합니다. 최악의 경우 전문지식이나 충분한 고민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행사를 노예처럼 부리면 된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신입사원의 잘못된 말 한마디나 가이드라인때문에 때로는 대행사 전체의 업무가 마비되기도 하며 결국 그로 인한 시간이나 비용적인 측면에 있어서의 비효율은 다시 광고주측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해당분야에 최소한의 전문지식이나 역량이 없는 신입사원이 지시한 가이드라인이 설사 잘못 되었다고 느끼더라도 광고주이기에 지시한 업무를 안 할 수도 없으며, 또한 신입사원의 상사에게 얘기를 해서 방향성을 바로 잡고 싶어도 자칫 상사에게 대행사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신입사원이 알게되면 괜한 꼬투리를 잡거나 업무를 까다롭게 하는 등의 보복이 두려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라리 업무는 좀 깐깐하고 힘들어도 전문지식을 가지고 대행사를 협력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경력이 있는 대리 과장이 낫지, 업무 지식은 부족한데 대행사를 갑을관계로만 인식하는 신입사원은 정말 힘이 드는 것이죠.)


좋은 광고주의 역할이란, 목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분명하게 제시해 주고
, 파트너와의 업무가 진행 될 때 마다 점점 더 날카롭고 명확하게 업무의 전략이나 방향성에 대해서 시의적절 하게 결과물의 방향성을 좁혀주는 의사결정을 해 주는 것이며, 이러한 전략을 수용한 대안들이라면, 그 이하의 시안이나 방법론에 있어서의 Detail은 대행사의 전문성에 맡겨 두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대행사는 이러한 명확한 광고주의 목표를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및 실행방안을 제시하고 꼼꼼하게 실행하면 되는 겁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신입사원시절 광고 커뮤니케이션쪽에서 일을 하게 되면 "광고주나 광고 대행사가 광고라는 공통의 미션을 두고 서로 비슷한 일을 하겠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서로 하는 업무의 영역이나 실제 해야 할 역할은 아주 다르기에 서로가 각기 전문성을 가지고 역량을 쌓아야 하며 그렇게 되었을 때 서로가 협력적 파트너로서 상승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즉 다시말하면 광고주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대행사만 잘 부리면 된다는 생각 보다는
, 광고주도 광고주로서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사명감과 당위성을 가지고 광고 대행사 수준의 배경지식을 확보하고 광고주로서의 역할에 대한 충분한 역량을 쌓아야하고, 광고주와 대행사가 갑을의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협력적 파트너 관계라는 인식을 가져야만 서로가 원하는 결과물을 조금은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은 제가 마케팅쪽에 업무를 해서 주로 광고대행사의 경우를 예를 들었지만, 굳이 광고주와 대행사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또는 용역을 주는 갑의 입장과 용역을 수행하는 협력사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 번쯤은 깊이 새겨봐야 할 내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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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과학 시간 리트머스 시험지로 산성과 알칼리성을 구분하는 실험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붉은색 시험지를 알칼리성 용액에 담그면 푸른색으로 변하고 반대로 푸른색 시험지를 산성 용액에 담그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실험 말이죠.

 

과학 실험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대북 정책에 있어서 서로 다른 이견을 가진 인사들의 사상에 근거하여 우파니 좌파니 하는 식으로 규정 지을 해당 인사의 평소 언행이나 철학 등을 판별하는 의식의 잣대로 리트머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일상생활에도 이런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역할을 하는 행동이나 생활의 지혜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어릴 바닷가 근처에 살았었는데 특히, 여름에 친구들과 밖에서 놀다 집에 들어오면 어머니께서 제일 먼저 머리 냄새를 맡아 보고 바닷물 냄새가 나는지를 확인하곤 했었습니다. 물론, 바닷가에서 놀더라도 샤워를 하고 나면 확인 하기가 쉽지 않지만 머리는 여간 해서는 냄새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장 간편하고 확실하게 확인할 있는 방법이었던 거죠.

당시 여름만 되면 어머니께서는 날마다 이런 확인 작업을 하루에도 번씩 귀찮을 정도로 하셨는데 이유는 서해안의 바닷가 대부분 갯벌로 이루어져 있어서 썰물 바닷가에 들어간 밀물 때가 되면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시간가는 모르고 놀다 보면 어느덧 바닷물은 오르고 갯벌에 발이 묻혀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죠.

 

굳이 이런 사례들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감자나 고구마를 집에서 삶을 익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전체를 쪼개서 보거나 직접 먹어볼 필요 없이 젓가락이나 길다란 도구로 속을 찔러 보면 금방 있고, 여름에 길거리에서 파는 수박이 익었는지를 보기 위해서 수박을 두드려 보거나 부분에 칼로 삼각형 모양을 내서 파낸 다음 색깔을 보거나 맛을 보면 전체를 보지 않더라도 쉽게 확인할 있습니다.

마케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타겟별로 대표성을 갖는 의미한 샘플을 추출해서 전체적인 마케팅 전략 수요예측 등에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마케팅 조사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있습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소비자 Concept & Use Test, 커뮤니케이션 이후 광고 Tracking, 그리고 제품출시 이후 수명주기에 따라 단계별 소비자 Needs 정량적 혹은 정성적으로 조사하게 됩니다.

 

정성조사의 대표적인 방법인 FGD(Focus Group Discussion) 같은 경우 통상 타겟의 특성별로 구분하여 3-4그룹, 그룹 7-10 정도를 모아 두고 명의 모더레이터가 평소에 친구들과 대화 하듯 강요하지 않고 조사 목적에 부합하는 소비자 Needs 알아 내는 방법이며, 정량 조사의 경우 인구통계학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나이, 성별, 지역별로 표본할당비례추출법을 이용하여 원하는 항목을 수치화 시켜서 원하는 결과를 도출 하는 방법입니다.

마케터들이 “Fact based”라는 말을 흔히 하곤 합니다. 이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거나 실행함에 있어서 개인의 맹목적인 직관이나 경험에 의존하기 보다는 소비자사이드에서의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 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점은 너무 조사에서 도출된 사실에 근거한 나머지 조사결과에 따라 모든 기획이나 실행을 그대로 해서는 된다는 겁니다. 조사라는 것은 어디 까지나 극단의 경우를 배제하는 역할에 충실하면 되고, 실행의 주체인 마케터가 결과를 의미하게 해석하고 실제에 적용하는 인사이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진정한 마케팅 조사에 의미가 있으며 올바른 의사결정을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리트머스시험지란 어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물리적으로 전체를 변형하거나 모두를 들여다 보지 않아도 가장 간편하게 사실관계를 유추할 있는 일종의 Signaling 도구를 의미 한다고 말할 있겠습니다.


마케팅뿐만아니라 직장생활의 모든 선택의 순간에 있어서도 이러한 리트머스시험지를 이용하면 불필요한 시간이나 비용의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및 업무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2010년 새해에는
자기 자신만의 리트머스 시험지를 분야별로 종류별로 몇 개씩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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