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2일에 이어 이번 주까지 무한도전 특집 '미남이시네요'의 외모 투표 결과가 이어졌는데요. 지난 주 국내 현장 투표에서는 그간의 인기를 바탕으로 유재석이 1위를 차지 했으며 그 다음으로 노홍철, 하하가 2, 3위를 차지했고 길이 7위를 차지했는데요.

이 번주에는 나머지 인터넷투표와 성형외과 의사들의 전문가 투표, 해외투표의 결과가 연달아 발표 됐습니다. 과연 외모에 있어서는 무한도전 멤버들 중 최종 1위를 누가 차지했는지 정말 궁금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유재석이 1등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워낙 인기나 지명도가 높기 때문에 그로 인한 후광효과로 외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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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투표결과

35만명이 참여 하였으며 노홍철이 1위, 유재석이 2위, 하하가 3위를  차지하였으며 이 들 세명이 차지한 득표 비율이 84%나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소녀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노홍철이 인터넷 투표에서는 유리 했다는 생각입니다. 박명수가 꼴지를 차지했습니다.

100명의 성형외과 의사평가

처음 성형외과 의사들은 굳이 이 멤버들을 평가해야 하냐며 웃음을 보여줬는데요. 이목구비가 뚜렷하다는 노홍철과 전체적인 비례가 좋다는 하하의 대결로 압축 되었으며 노홍철이 1위, 하하가 2위를 차지 하였으며 유재석이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형돈이 1표를 얻어 7위를 차지 하였습니다.

한편 가장 성형 견적이 많이 나올 것 같은 멤버로는 박명수와 유재석이 꼽혔으며 박명수의 경우 의사들로부터 'Before의 결정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모발이식, 미간주름제거, 눈밑/콧볼 정리까지 2천만원 상당의 성형 견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재석은 돌출입을 수술하는데 비교적 견적이 많이 나오는 양악수술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아시아/북아메리카/아프리카 해외투표결과

거의 모든 대륙에서 노홍철이 1위, 하하가 2위, 유재석이 3위를 차지했습니다. 특이할만한 점은 다른 투표에서 하위권에 있던 길이 의외로 선전해서 4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대로 가장 못생길 것 같은 사람으로는 박명수와 정형돈이 가장 많이 지목되었습니다. 박명수의 경우 '화난 사람 같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정형돈의 경우 '얼굴이 부었다'라는 표현이 가장 많았습니다.


최종 투표결과

1위 노홍철, 2위 유재석, 3위 하하, 4위 길, 5위 정형돈, 6위 정준하, 7위 박명수로 결정되었으며, 번외투표로 진행되었던 박명수와 김태호PD의 외모 투표 결과는 58% : 42%로 박명수가 승리하였습니다. 이로써 노홍철은 1년 동안 '미남'이라는 호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멤버들에게 1회씩 본인의 의상을 입힐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습니다. 명실상부하게 노홍철이 무한도전의 외모 종결자로 결정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모투표를 시작하기 전부터 1위부터 3위까지는 대략 예측할 수가 있었는데요. 저는 내심 외국 사람들은 조금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큰 이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 이변이라면 길의 외모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는 외국 사람들이 호감을 더 가졌다는 정도입니다. 해외투표의 선전에 힘입어 결국 길은 총 투표결과에서도 4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무한도전 멤버들의 외모 투표는 '오호츠크해'편에서 일본인으로부터 정형돈이 가장 못 생겼다는 지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우열을 가려 보자고 시작된 것인데요. 역시 무한도전 답게 국내를 비롯해서 전문가, 인터넷, 해외 등 지역과 매체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까지 포함한 투표를 실시함으로써 최대한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치밀한 준비가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역시 무한도전, 결과에 대한 멤버들의 반응은 '나가수'와 달랐다

매회 시사성 짙은 의미부여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한도전이 어제 방송에서는 오래간만에 자칭 평균 이하라는 멤버들간의 외모대결로 시청자들에게 부담 없는 웃음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하위권에 쳐진 멤버들이 투표결과가 나올 때마다 투덜거리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말 그대로 방송을 위한 푸념이나 가벼운 넋두리 수준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최고 수준에 있는 예능인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아무리 웃기겠다고 시작한 외모 대결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하위권을 차지한 멤버들은 기분이 나쁠만도 한데,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그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 본인들의 망가짐을 서스럼없이 선택한 점을 높이 평가할만한데요. 그에 덧붙여 김태호 PD는 꼴찌를 차지한 박명수와 번외 투표를 통해 본인이 스스로 무너짐으로써 박명수의 자존심을 세워 주는 배려심도 보여주었습니다.

이 번 무한도전을 보면서 '나는 가수다'가 보여준 일련의 사건을 생각하게 됐는데요. 물론 진정한 노래 실력으로 순위를 평가 받는 '나는 가수다'와 예능을 목적으로 외모를 평가 받았던 '무한도전 미남이시네요'를 절대적으로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만,  각기 서로 다른 분야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연예인들 사이의 평가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비교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나가수의 멤버들도 무한도전의 멤버들처럼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아들였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과 '멤버들이 어쩔 수 없이 순위 평가를 당하면서 겪게 될 어려움에 대해 보완할 수 있는 제작진의 배려가 선행 되었으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드는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부디 나가수에 참여 했던 가수 멤버들을 포함한 제작진 모두가 아픔을 잊고 각자 분야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미남이시네요편 화면캡쳐, 인용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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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애인과 부모님이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들어 본 적이 있을텐데요. 이와 비슷하게 친구들 사이에서 우정을 확인하거나 애인 사이에 사랑의 강도를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에게 '세상에서 그 무엇 보다도 내가 너에게 최우선이 되어야해'라는 암묵적 동의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어제(3월 5일) MBC '무한도전 사생결단'편에서는 말 그대로 死生決斷(죽고 삶을 돌보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함.)의 상황을 재연했는데요. 절대절명의 순간에서 갈등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본인의 의도대로 사람을 움직여서 선택하게 만드는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조커식 범죄예고를 각색해서 극한의 상황에서 '본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 와 '스스로를 위해 의리를 져 버릴 것인지, 모두를 위해 본인의 양심을 지킬 것인지'를 무한도전 7인의 멤버들을 통해 실험을 했습니다.

첫번째 실험. 박명수 vs 정준하 누구를 살릴 것인가?

무한도전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박명수와 정준하가 나머지 멤버들의 선택이 대상이 되고, 이들은 각각 충무로 진양상가 지하 기관실과 전기실에 갇히게 됩니다. 나머지 멤버들은 두 명 중 한 명만을 구할 수 있으며 제한 시간은 1시간이라는 미션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기막힌 반전이 존재 하는데요. 실제 박명수와 정준하가 갇혀 있다고 알려진 장소가 서로 바뀌어 있다는 겁니다.

미션을 부여 받은 홍철, 재석, 길, 하하, 형돈은 각각의 집에서 출발하여 박명수와 정형돈이 갇혀 있는 목적지인 충무로 진양상가로 향하게 되는데요. 미션을 수행하면서 각자의 멤버들은 박명수와 정준하 사이에서 누구를 구할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시민들에게 묻기도 합니다.

박명수를 구해야 한다는 이유로는 '결혼해서 처자식이 있으니까, 큰 형이므로, 유재석 다음의 2인자이므로, 잔정이 많아서' 등이 많았으며 정준하를 구해야 한다는 의견으로는 '무식해서, 아직 결혼도 못했으니까. 지금 열애중이며 외동아들이므로, 불쌍해서'등이 대다수를 이뤘습니다. 거기에 각자의 멤버들마다 박명수와 정준하와의 사적인 인연과 관계를 생각하며 갈등하게 됩니다.

드뎌 멤버들이 하나둘씩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고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실과 기관실의 양갈래로 갈라지는 고뇌의 벽에서 모두들 한 번쯤은 갈등하게 되는데요. 제일먼저 도착한 노홍철과 유재석은 박명수를 구하기로 마음 먹고 명수형을 외치며 들어가지만, 실제로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준하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말 그대로 정준하를 구하러 온 사람은 노홍철과 유재석이지만 실제로는 박명수를 구하려고 마음 먹고 온 사람이기에 이들의 관계는 어색하고 썰렁하기만 합니다.

반면 하하와 형돈 그리고 길은 정준하를 구하려고 마음먹고 들어 갔다가 박명수를 만나게 되는데요. 이들의 관계 역시 썰렁하고 불편하기는 다름 없습니다. 결국 이 번 게임은 정준하와 박명수가 3대2로 정준하의 승리로 끝났는데요. 승리는 했지만 본인을 구하러 오지 않은 멤버들에 대한 서운함은 쉽게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후 정준하와 유재석, 노홍첥팀과 박명수, 하하, 형돈, 길의팀이 각각 차에 나누어 타고 일산 MBC로 향하게 되는데요. 각팀의 차 안에서 박명수와 정준하와의 서먹한 관계를 해결하기위해 나머지 멤버들은 갖은 아부와 설득을 하게 됩니다. 드뎌 방송국에 도착해서 실제 박명수와 정주하를 원래 구하려고 했던 맴버들이 뜨거운 상봉을 하게 되는데요. 즉 원래 구하려고 마음 먹었던 멤버들끼리 다시 팀을 이루게 됩니다.

두번째 실험.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일 것인가?

이렇게 해서 박명수, 유재석, 노홍철이 다시 한 팀이 되고, 정준하, 하하, 길, 형돈이 한 팀이 됩니다. 이 들은 각기 다른 방에 들어가서 또 다른 미션을 받게 되는데요. 곧 1분 후에 독가스가 살포되며, 박명수팀 방에는 방독면이 1개밖에 없고, 정준하팀 방에는 방독면이 2개밖에 없다는 멘트가 흘러 나옵니다.

즉, 각자의 방에서 2명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인데요. 처음 서로의 우정와 의리를 확인했던 같은 팀끼리 목숨을 두고 서로 싸우거나 양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멤버들은 서로 본인이 살겠다고 방독면 탈취하기위해 서로의 의리를 져 버리게 됩니다.


마지막 실험. 모두 죽을 것인가? 나만 살 것인가?

마지막으로 각자의 이름이 써 있는 방으로 7인의 멤버들이 들어가고 방 안에 갇히게 됩니다. 각자의 방 안에는 녹색버튼과 버저가 있는데요. 앞으로 1시간이면 모든 세트가 무너지며 녹색 버튼을 누르면 다른 누군가의 방이 폭파된다는 멘트가 흘러 나옵니다. 결국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1시간 후에 모두가 셋트가 무너져서 죽게 되는 것이고, 다른 멤버가 누르기 전에 빨리 다른 방을 폭파하면 본인이 살 수도 있는 것이죠.

이것도 알고 보니 제작진의 속임수였는데요. 박명수와 유재석 그리고 하하가 먼저 녹색버튼을 눌렀는데 의외로 본인들 스스로가 아웃되고 맙니다. 즉 녹색버튼을 누르면 스스로가 죽임을 당하게 되는 것이죠. 그 다음은 형돈이 아웃되고, 길은 장난을 치다가 버튼을 잘못 눌러 아웃이 됩니다. 이후 몇 번의 장난을 치던 홍철이 아웃되고, 마지막까지 남은 준하는 이제 1시간이 다 되어가는 카운트다운이 제로가 되는 순간 녹색버튼을 눌러 스스로 아웃되면서 7인의 멤버 모두가 아웃되게 됩니다.

정리해 보면 이 날의 실험은 3단계로 이루어졌는데요. 첫번째 박명수와 정준하 둘 중 누구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두번째 박명수와 정준하를 각각 선택한 멤버들끼리 팀을 이룬 다음 서로 의리를 확인한 팀 내에서 서로의 의리를 다시 확인하는 실험이 이루어지고 마지막으로 각각의 멤버들의 행동에 따라 모두가 죽을 것인지 한 명이라도 살아 남을 것인지에 대한 미션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요.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사생결단', 과연 누구를 위한 '사생결단'인가?

김태호 PD는 본인의 트위터에서 조커의 아이디어를 각색했는데 풀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습니다. 앞의 스토리가 많이 생략되었다고는 하지만 각각의 단계별로 멤버들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멤버들 간의 그 동안의 생각들과 우정을 확인 하는 과정에서의 재미 그리고 본인들 스스로의 욕심과 남을 생각하는 의리사이에서의 끊임없는 갈등과 긴장감이 잘 어우러진 방송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무한도전 '사생결단'편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과연 나에게 진정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우선순위를 누군가 강요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그 동안 오랜 관계와 믿음으로 지내왔던 사람들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그 의리와 우정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결국은 본인 스스로를 우선시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극한의 상황에서는 무도의 7인처럼 결국 모두 본인 각자가 살기 위해서 의리와 우정을 져 버리는 '사생결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모든 인간은 본래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극단의 가정이긴 하지만, 다시 한 번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진정 나는 그들을 위해 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사생결단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평소에 어떻게 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내 스스로의 철학이나 가치관은 무엇인지' 한 번쯤은 다시 내 자신을 되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화면캡쳐, 인용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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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영화 한 편을 보려고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눈에 띄는 영화가 하나 있어 관심이 갔는데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라는 영화입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첫 인상은 스릴러 장르이면서 실화에 기초한 영화였는데요. 평소에 스릴러 영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볼만한 한국 스릴러영화가 나왔구나 하고 관심이 갔던게 사실입니다. 또한 실화를 기초로 했다면 스토리라인도 나름 탄탄할거라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구요.

결과적으로 영화를 보고난 느낌은 스릴러도 아니고, 실화에 근거한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장철수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대낮의 아름다운 섬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더 끔찍할 것 같았다며, 앞 부분은 실화처럼 보이길 원했고, 후반부는 당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이야 제가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이나 스토리를 대강 보고 느꼈던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감독의 의도대로 제대로 낚인(?)건가요. ㅎㅎ

이어 장철수 감독은 '나를 키워 준 것은 8할이 여성이고, 그 중 7할이 어머니'라며 웃은 뒤 '강원도 산골에서 자랐는데 어려서 본 마을은 남성의 폭력이 일상적이었다.'라고 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보니 그가 영화 앞부분을 왜 그렇게 설정했는지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보고나서 내내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있었는데요. '이 영화가 결국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한 것인가'하는 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갇혀진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남성으로부터 폭력과 학대를 당하던 한 여인이 결국은 그런 수모를 참지 못해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고 보면, 감독은 가부장적인 남성위주의 문화 속에서 묵인되어 왔던 여성들의 고통과 한을 처절하리만큼 실화적으로 보여주고 그런 고통을 안겨준 가해자들을 복수함으로써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게끔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 영화는 결국 가해자인 남자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한 없이 약한 여자의 대결구도일까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난 제 생각은 조금 다른데요. 순수하게 이 영화만을 보고 판단한다면 '결국 여자의 적은 궁극적으로 여자가 아닌가'하는 겁니다. 겉으로는 가해자인 남자와 피해자인 여자의 대결구도를 그리고 있지만 조금 더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 들어가다보면 결국은 그렇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은 여자들이 아닌가 말이죠. 자 그러면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도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보여준 폭력의 방치 또는 암묵적 강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주축을 이루는 캐릭터중의 하나가 주인공 복남의 시고모 즉, 복남의 남편 만종의 고모로 등장하는 동호할매입니다. 동호할매의 행동이나 말 한마디는 무도라는 섬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진리요 법으로 작동합니다. 주인공 복남 이외에 등장하는 여성들(파주할매, 순이할매, 개똥할매)은 뚜렷한 자기주장없이 동호할매에 동조하는 추종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는 나이 든 여성들이 주로 살고 있는 무도라는 섬에서는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서 이 섬에서 왜 꼭 남자가 필요한지를 보여 줍니다. 힘든 밭농사를 지어야하고,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하다 못해 '집수리 하나도 남자가 해야 제대로다'라는 그런 필요성말이죠. 동호할매를 비롯한 나이 든 여성들은 결국 본인들의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남자들이 필요하고 결국 이 남자들이 섬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가게하려면 그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 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 섬에는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은 이미 존재하기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남자들이 섬을 떠나지 않고 지켜주기만 한다면 그 어떤 폭력이나 비 윤리적 행동도 묵인되며 동호할매를 비롯한 그 무리들은 심지어 이런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조장하기까지 하는데요. 이런 상황속에서 주인공 복남은 남자들의 욕망을 채워주고 화풀이 대상이 되는 노예나 노리개감 수준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주인공 복남은 남편 만종에게 수시로 폭력을 당하고, 심지어는 시동생인 철종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버젓하게 부인이 있음에도 만종은 뭍에 있는 여성을 돈을 주고 사서 본인의 욕망을 채우기도 합니다.

결국 나이 든 할매들은 무도라는 섬에서 생계유지를 해야하고 그렇다면 필시 남자들의 노동력이 필요할 터인데, 아무런 대가 없이 젊은 남자들이 머무를 수는 없는 바, 본인들이 직접 제공할 수 없는 그 대가를 주인공 복남을 희생양 삼아 제공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보면 주인공 복남에게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하고, 시도 때도 없이 노둉력을 착취하는 것이 남자라고 보여지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어내고 지키려고 하는 의미에서 보면 주인공 복남의 진정한 가해자는 동호할매를 포함한 할매들 즉, 또 다른 여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복남의 복수는 해원의 무관심과 이기심이 부른 참극 

영화의 또 다른 한 축은 저축은행에서 일하는 복남의 친구 해원의 일상에서 시작되는데요. 해원은 회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은 이후에 머리도 식힐겸 친구 복남이 살고 있는 무도라는 섬에 휴가를 떠나게 됩니다. 사실 그 이전에도 끊임없이 복남에게 편지가 왔었는데요. 그 수많은 편지들을 한 번도 뜯어 본 적은 없습니다.

서울생활에 익숙해져버린 해원과 무도라는 고립된 공간 속에서 살아 온 복남은 이미 서로가 충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요. 아마도 감독은 이렇게 다른 제3자인 해원의 시각에서 무도라는 섬에서 벌어지는 비 상식적인 얘기를 관객을 대신해서 느끼고 보여주도록 한 것 같습니다.

휴가 차 도착한 무도라는 섬에서의 하루 이틀은 서울에서의 찌든 일상을 극복하기에 너무 좋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섬이었는데요. 날이 갈수록 친구인 복남이 살아가는 현실을 알게 되면서 친구가 왜 그렇게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서 사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인 해원은 이런 친구의 삶을 극복하도록 도와주고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그저 방관자로서 불만을 얘기할 뿐 그 어떤 행동이나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데요.

복남과 그 딸이 지긋지긋한 삶을 벗어나고자 섬을 탈출하려다가 결국은 남편인 만종에게 잡혀서 심한 폭력과 구타를 당하는 상황에서도, 그런 폭력적 현장에서 엄마를 말리려던 딸 연희가 만종의 폭력에 희생되는 과정에서도 내내 그녀는 현장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데요. 급기야는 딸 연희의 죽음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마을 사람 모두가 복남을 살인자로 지칭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진실을 알고 있는 목격자로서 본인이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도 외면해 버립니다.

결국 마지막 구원자라고 믿었던 친구인 해원에게마저 배신감을 느낀 복남은 처절한 복수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해원이 무도에서의 끔찍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 뒤 집에 쌓여 있던 복남의 편지에 씌어진 자신을 향해 도와 달라는 복남의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이미 이 끔찍한 참극은 예견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복남의 편지를 확인하고 친구인 해원이 처음부터 친구가 왜 그렇게 본인에게 도움을 구했는지 초기에 조치를 취했다면 이런 참극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이죠. 결국 복남이 유일하게 세상을 향한 탈출구라고 생각했던 친구 해원은 철저하게 무관심과 방조로 일관함으로써 여성으로서 복남의 또 다른 적이 되고 만 것이죠.


결국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본인이 인터뷰에서 언급 했듯이 본인이 강원도에서 살면서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남성의 폭력과 그에 희생 당하는 여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내내 흐르는 핵심 캐릭터들이 보여 준 역할을 볼 때 주인공에 대한 진정한 가해자는 그를 둘러싼 여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이것 조차도 감독의 숨은 의도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장면의 묘사나 표현의 방법에 있어서 후반부에 복남이 복수하는 과정의 디테일한 살인 장면과 그에 따른 대사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살인을 하고 살인하는 과정 자체의 잔인함에만 중점을 두는 일종의 호러무비를 보는 듯 해서 영화 앞 부분에서 주인공에게 축적되어왔던 감정적 분노의 표출이 반감되고 그 당위성 또한 퇴색되어 버린듯한 느낌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미지 출처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홈페이지, 소유권은 제작사에 있으며 인용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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