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월 19일)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다시 쓰는 소방관의 기도'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로 인한 슬픔과 애환을 그려 냈는데요. 소방관의 기도는 1950년대 말 미국 소방관 윌리엄 린에 의해 작성되었으며, 우리나라 소방서에도 비치되어 있는 일종의 소방관 복무신조 입니다.

국민연금 관리 공단에 의하면 소방관들의 평균 수명은 58.8세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성인 평균 수명 77세에 비해서 18년이나 짧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소방관의 평균수명이 짧은 이유는 각종 화재 현장에서 많이 순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퇴직 이후에도 각종 부상 후유증 등으로 2년 이내 숨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일반 정무직 공무원에 비해서도 12년 정도 평균수명이 짧다고 하니 소방관으로서의 삶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얼마다 힘들고 열악한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데요.
소방관의 기도

(이미지 출처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캡쳐, 인용목적)


소방관들이 날마다 가슴 깊이 새기고 마음을 다 잡았을 '소방관의 기도문'을 그대로 실천하기에는 우리나라 소방관들이 처한 환경과 현실이 얼마나 열악하고 어려운 점들이 많은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업무의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소방관의 기도문의 첫 구절인데요. 소방관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할 가장 중요한 문구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아무 두려움 없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한 가지는 소방관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강인한 체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소방관들에게 있어서는 '건물 안에 사람이 있어요'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본인의 목숨을 돌 볼 겨를도 없이 화염에 휩싸인 건물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 가는 모습에서 세상 어느 누구 못지 않은 강한 체력과 투철한 희생 정신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두 번째는 화염 속에서 본인은 물론 다른 생명까지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각종 소방 장비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소방장비는 대부분 지자체 소속의 예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노후된 것이 사실인데요. 지난 1월 시민들의 요청에 의해서 아파트 14층에서 고드름을 제거 하던 소방관이 낡은 굴절 사다리의 와이어가 끊어지는 바람에 추락해서 순직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1996년 LPG 도시가스 직원을 구하러 갔던 소방관이 공기호흡기를 직원에게 씌워 주고 본인은 순직한 경우도 발생했는데요.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방화복, 공기호흡기, 사다리차 등이 필요수량만큼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평소에는 관심이 없고 대형 화재 사건, 사고가 일어날 때만 잠깐 사회적 이슈가 되고 관심을 받는 상황이라 소방장비에 있어서도 그런 이슈가 생긴 뒤에 하나 둘씩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저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어 제가 최선을 다 할 수 있게 하시어 저의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 하여 주소서'


우리나라 소방관은 화재 현장 업무만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소방관의 기도문에서도 나오듯이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달려 가는 것이 현실인데요. 그러다 보니 고드름제거, 벌집 제거하기, 잠긴 문 따 주기, 동물 구조하기, 아픈 사람 응급실 후송, 각종 재난 상황에서 인명 구조하기 등 그 업무의 범위와 횟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소방관 1명이 국민 2천명을 책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방관이 한 달에 받는 생명 수당은 고작 2만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10년 사이에 조금 올라서 현재는 5만원이라고 하는데요. 10년 사이 75명의 소방관이 순직했으며 그로 인해 남겨진 가족이 300며명 수준입니다. 근무한 지 1년 반만에 순직한 한 소방관은 해당 기간 동안 무려 1,300번이나 출동을 했다고 하니 이렇게 열악하고 힘든 상황에서 과연 최선을 다해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라고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이렇게 목숨을 걸고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에게 더욱 더 서글픈 현실은 정작 본인이 업무 수행 중 부상을 당하거나 본인이 순직하게 되는 경우 남은 가족들이 국가로 부터 받는 보상 기준과 수준입니다. 명시적으로 화재 진압 도중 부상을 당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방관들이 자비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많은 소방관들이 무거운 장비들을 들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이 주요 업무 이기에 허리디스크를 포함한 근 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질병은 업무상 재해로 증명하기가 힘들어 제대로 국가 보조를 받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또한 소방관은 군/경과는 달리 국가직 공무원이 아니라 지방직 공무원이 대부분이라 각종 지원이나 처우 문제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순직 했을 경우 국가 유공자로 선정 되는 기준이나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 순직 가족들에게 슬픔을 돌 볼 시간도 없이 현실적으로 또 다른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남겨진 가족들 대부분이 제대로된 처우를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대가가 이 정도라면 누가 소방공무원을 하게 될 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순직자의 94.2%가 제대로 된 예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현장 업무에 소극적이 된다라는 소방관이 24.8%, 나에게도 언젠가는 저런 불행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71.8%나 되는 수준입니다. 그러다 보니 소방 공무원 10명 중에 8명은 이직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소방관의 기도

(이미지 출처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캡쳐, 인용목적)


이상으로 소방관의 기도문의 주요 문구와 그를 실천하기에 우리나라 소방관들이 처한 환경이 얼마나 열악하고 어려운지에 대해서 알아 보았는데요. 이런 환경을 극복하면서 소방관들의 스스로의 자부심을 갖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국민들의 의식개선이라는 2가지 방향에 있어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는 충분한 예산 확보를 통해 각종 노후장비를 교체하고 필요장비들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해야하며, 소방관의 국가직 공무원의 전환고려, 업무 수행 중 발생하게 되는 각종 부상과 후유증에 대한 지원확대, 순직자 유가족에 대한 국가 유공자 지정 기준의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소방관을 대하는 국민들의 의식이나 행동 개선이 필요한데요. 바쁜 119소방관들에게 장난 전화를 하거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구조 요청의 자제를 통해 불 필요한 출동을 최소화 하는 것이 필요하며, 긴급한 상황에서 초기 화재 진압을 방해하는 불법 주차의 근절, 무엇 보다도 일상생활에서 세심한 주의와 배려를 통해 화재 상황 자체를 줄여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 됩니다.

지금 현재 다음 아고라에서는 '소방관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인데요. 저희들 하나 하나의 관심들이 모여서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고생하시는 소방관분들과 순직 유가족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서명 운동 바로가기 :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04017)
 

(로긴없이) 아래 별표손가락 버튼을 꾸~~욱 눌러 주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 있으며
구독+ 에 추가하시면 업뎃되는 제 글들을 쉽게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