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종주 사전준비편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도전해보고 싶은 한 가지가 바로 지리산종주다. 굳이 산악인이 아니더라도 각자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 이루어내도록 하는 마음가짐을 확인하고 스스로를 테스트하기 위해 많은 일반인들도 지리산종주에 도전하고 있다.

지리산종주란 지리산국립공원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산행을 완주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러 코스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종주코스가 노고단에서 시작해서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까지 이어지는 종주 코스이며 그 길이가 34km정도 된다. 




일반 평지를 이 정도 걷는 데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산행으로만 이 만큼의 거리라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임에는 틀림 없다. 지리산종주 구간에는 수 많은 오르막과 내리막, 평지와 돌길,그리고 변화무쌍한 날씨까지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누군가 지리산종주는 지리함과의 싸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마치 인생의 굴곡과 그를 헤쳐나가는 꾸준한 노력과도 닮아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게 아닐까.
 

처음 산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렵고 힘들어서 못 할 일도 아니다. 필자의 경우도 올해 산행을 처음 시작한 그야말로 초보다. 동네 뒷산에서 가벼운 산행을 시작했는데 점점 산행에 재미를 느끼고 있던 차에 올해가 가기 전 뭔가 의미 있는 내 스스로의 도전을 해 보고자 지리산종주를 하게 됐다.




저처럼 지리산종주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필자의 지리산종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사전준비편이다. 당일치기 일반 산행과 달리 지리산종주는 1박2일에서 2박3일 정도 산에 머물러야 하므로 사전에 꼼꼼하게 준비할 것이 꽤 많은 편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지리산종주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오늘 사전준비편은 지리산국립공원 대피소 예약 방법, 배낭 등 장비들과 먹거리 준비물, 종주코스와 교통편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지리산 국립공원 대피소 예약 방법]

앞서 말했듯이 지리산종주는 당일산행이 아니므로 필수적으로 산에서 숙박을 해야하는데, 지리산국립공원은 법적으로 야영이나 비박이 금지되어 있으며 반드시 대피소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 노고단에서 출발하는 등산코스라면 2박3일의 경우 첫날밤은 연하천 대피소 또는 벽소령 대피소에서 묵어야 하고 둘째날은 장터목 대피소에서 머물러야 한다. 1박2일 코스라면 첫날밤은 반드시 벽소령 대피소에서 머물러야 그 다음날 하산할 수 있다. 



그런데 지리산 국립공원 대피소는 15일 전부터 국립공원 홈페이지(www.knps.or.kr)에서 온라인으로만 예약이 가능하며 전화예약이나 현장신청은 절대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지리산종주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은 실제 산행 계획 일자로부터 15일 전에 반드시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대피소 예약을 하셔야 하며, 만약 대피소 예약에 실패할 경우 부득이하게 종주 일정을 변경해야만 한다.

15일 전 오전 10시부터 산행 당일 오전 10시까지 예약이 가능하며, 예약 후 24시간 이내에 결제를 완료해야 한다. 만약 예약에 실패한 경우, 대기자로 등록해 두면 기존 예약자가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경우 대기자가 자동 예약이 된다. 또한 대피소 예약을 했다면 당일 현장에서 이용등록을 해야만 대피소를 이용할 수 있다. 



먼저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접속한 후 지리산을 누르고 대피소 아이콘을 클릭한다. 지도에서 본인이 원하는 대피소를 클릭하면 예약창이 열리게 된다. 예약 안내에서도 나와있듯이 지리산 대피소 정원은 648명으로 성수기 탐방객 대비 시설 정원은 0.4%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시기와 대피소에 따라서는 오전 10시에 예약창이 열리자마자 접속이 폭주하면서 불과 몇 초 사이에 예약이 모두 끝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전 9시50분 정도부터 예약창을 열어두고 계속해서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면서 대기하고 있다가 10시가 되면 재빠르게 예약을 해야 한다. 1인당 최대 4인까지 예약이 가능하므로 같이 지리산종주를 할 모든 분들이 각자 도전해서 한 명이라도 예약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에 원하는 지리산 국립공원 대피소 예약이 끝났다면 24시간 이내에 결제를 진행하면 된다. 하룻밤 숙박료는 성수기 8,000원 비수기 7,000원으로 그리 비싼 수준은 아니다. 이렇게 대피소 예약과 결제까지 무사히 마쳤다면 지리산종주의 큰 고비를 하나 넘긴 셈이다. 이제 남은 기간 동안 날씨를 체크하는 일만 남았다. 초보 산악인이라면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배낭, 버너와 같은 등산장비와 먹거리 등 준비물]

전문 등산이나 산악인은 아니지만 동네 뒷산이나 당일 산행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의 등산장비는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준비해야할 목록은 다음과 같다. 등산화, 배낭, 등산복, 등산양말, 등산스틱, 모자, 선글래스, 썬크림, 무릎보호대, 컵/수저, 후레쉬, 랜턴, 물티슈, 휴지, 우비, 방석/간이의자, 물통, 수건, 버너, 가스, 코펠, 요리용칼, 지퍼백, 쓰레기봉투, 가글, 세면도구, 비상약, 파스, 터보라이터, 주민등록증 등이다. 



기본적으로 위에서 열거한 장비는 갖춰야 하며 겨울산행이라면 아이젠과 스패츠, 방한복을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 또한 원칙적으로 대피소에서는 비누나 샴푸를 이용해서 샤워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가글로 양치를 대신하고 물수건으로 세수를 대신해야 한다. 특히 벽소령 대피소의 경우 물 나오는 곳이 대피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게다가 물도 쫄쫄쫄 병아리 눈물만큼 나와서 먹는 물도 모자라는 수준인지라 씻거나 샤워를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지리산종주 등산코스는 그렇게 산세가 험한 편은 아니나 일반적인 등산로 이외에 돌이나 바위를 타고 산행을 해야 하는 코스들이 꽤 있으므로 반드시 목이 올라오는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걸을 때마다 발목이 돌아가서 산행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리고 등산스틱도 반드시 준비하도록 하자. 특히 배낭에 짐이 많은 경우 등산스틱이 없으면 모든 무게가 하체에 쏠려서 쉽게 피로해지거나 산행 중에 균형을 잃어 미끄러지거나 다칠 우려가 있다.



랜턴이나 후레쉬는 반드시 해드랜턴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등산스틱을 들고 후레쉬를 따로 들기가 불편하므로 머리에 끼우거나 배낭자체에 후레쉬를 끼울 수 있는 홈이나 장치가 있는 것이 좋다. 또한 배낭은 최소한 40리터 이상은 되어야 웬만한 등산장비와 먹거리를 담을 수 있다.

필자는 30리터 정도의 배낭을 들고 갔는데 일행 3명이 모든 장비와 먹거리를 나누어 넣어도 공간이 부족해서 여간 고생한 게 아니다.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지만 지리산종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짐을 최대한 줄이는 일이다. 이렇게 줄이고 줄여도 3-4명 정도의 산행이라면 최소 개인당 40리터 이상의 배낭은 필수적이다.




그 다음 먹거리 준비물이다. 8명 정도 이상의 대규모 산행이라면 먹거리를 최대한 많이 준비해서 나눠 가지고 가는 게 좋다. 먹거리는 햇반, 라면, 컵라면, 스팸, 김치, 불고기, 3분카레, 베이컨, 커피믹스, 팩소주, 고추장, 주먹밥가루, 꽁치캔, 소시지, 초코바, 오이, 과일, 생수, 영양갱, 과자 등을 준비하면 된다. 


그렇지만 4명이하의 소규모 산행이라면 짐을 줄이기 위해 먹거리를 최소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먹거리(햇반, 스팸, 생수, 라면 등)는 대피소에서 구매할 수 있으므로 이동 중에 먹을 간편한 간식거리(초코바, 영양갱, 소시지, 오이, 과일 등)와 팩소주 정도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지리산종주 등산코스 및 교통편]

지리산은 산의 규모나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산행 코스를 가지고 있다. 3도에 걸쳐 있으므로 올라가는 지역마다 다양한 등산코스를 즐길 수 있는데 모름지기 종주라고 하면 지리산의 커다란 능선을 중심으로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가는 것이 목표이므로 통상은 구례화엄사를 통해 성삼재 노고단으로 올라간 다음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내려 오는 코스를 가장 많이 선택한다.



원래는 이렇게 가야하지만, 구례화엄사에서 성삼재까지 직접 올라가는 데 상당 시간이 필요하므로 1박2일이나, 2박3일로 종주를 계획하고 계신다면 성삼재부터 시작하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서울을 기준으로 전체코스를 살펴 보면 이렇다.

[지리산종주 전체 등산코스 : 2박3일]

용산역-구례구역-성삼재주차장부터 종주 시작-첫날밤 벽소령 대피소-둘째날밤 장터목 대피소-천왕봉 일출감상-중산리탐장지원센터-진주(원지)-남서울터미널 이다.




[지리산종주 1일차 등산코스 : 16.8km, 10시간 20분]

용산역(저녁 10시 45분)-구례구역-아침식사-성삼재주차장까지 택시로 이동-노고단 대피소-임걸령-화개재-토끼봉(오전 11시 40분)-점심식사-연하천 대피소(오후 2시 10분)-벽소령 대피소(오후 4시 40분)

[지리산종주 2일차 등산코스 : 9.7km, 6시간 30분]

벽소령 대피소 기상(아침 8시)-아침식사-출발-칠선봉-영신봉-세석 대피소(오후 1시)-점심식사-장터목 산장 대피소(오후 4시)

[지리산종주 3일차 등산코스 : 7.1km, 4시간 30분]

장터목 산장 대피소 기상(새벽 5시)-출발-천왕봉(아침 6시 20분)-일출감상-로터리 대피소-아침식사-칼바위-중산리매표소(오전 11시)-버스로 원지 도착-점심식사-목욕-원지출발(오후 4시)-남서울터미널(저녁 7시 30분)



위에서 제시한 일자별 코스를 지키면 큰 무리없이 2박3일 동안 지리산종주를 할 수 있으나, 소요시간은 초보자 기준이 아니라 어느 정도 산행에 익숙한 산악인 기준이므로 초보자라면 첫날 밤을 벽소령 대피소까지 가기 보다는 연하천 대피소까지 가는 게 조금은 더 수월할 수도 있다.

각 대피소에서 다음 대피소로 이동하는데 일정 시간 이후에는 출발이 금지 되므로 시간을 체크하면서 산행 시간 및 휴식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자칫 너무 늦게 출발하거나 중간에 너무 많은 휴식을 취하게 되면 잠자리에 들 대피소까지 이동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야간산행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교통편은 서울에서 출발하는 기준으로 보면 용산역에서 저녁 10시 45분에 출발하는 구례구역 무궁화호를 이용하면 된다.필자도 용산역 앞에서 같이갈 일행을 만나서 무궁화호에 올라탔다. 어릴 때 완행열차를 타 본 이후로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기차를 이용해 보기는 정말 오래간만의 일이다. 여행이란 항상 가슴 설레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단순히 즐기거나 놀러 가는 게 목표가 아닌, 지리산이라는 거대한 산에 도전하는 산행이니만큼 오히려 긴장되고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종주가 시작되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잠을 청해야했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나서야 새벽 3시쯤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여러 블로그를 보면 구례구역 바로앞에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해결하라고 되어 있는데, 너무 이른 시간인지 아직 식당문을 연 곳은 보이지 않는다.



구례구역에서 성삼재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서 버스편을 이용해도 되지만, 우리는 다른 한팀과 합승을 해서 택시를 이용해 성삼재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아침을 여기서 해결할 수가 없으니 차라리 일찍 올라가서 노고단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성삼재까지 올라가는 길은 정말 뱀처럼 구불구불 했다. 새벽 어스름에 안개까지 잔뜩 끼어 있는 터라 한 치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택시기사분 이야기를 들어 보니 지리산에 처음 차량을 가지고 이 코스를 올라 갔다 내려오게 되면 대부분의 승용차 브레이크가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그만큼 길도 험하고 경사도가 높은 모양이다. 



택시는 어두 컴컴하고 싸늘한 바람이 몰아치는 성삼재 주차장 입구에 우리를 내려 놓고 야속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서야 지리산종주가 실감나기 시작한다. 앞으로 2박3일 동안 이어질 지리산종주가 현실로 다가 온 것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 본다.

출발하자마자 엄청난 무게로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압박,  후레쉬를 꺼내자마자 고장이 나는 바람에 새벽길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아득함, 설상가상으로 잃어버린 장갑을 찾아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가 한참을 헤맨 초보 등산객, 과연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초보 등산객의 좌충우돌 지리산종주기, 그 두번째편을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