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초등학교 앞에 가면 항상 있었던 게 추억의 뽑기 입니다. 설탕을 녹여서 만든 왕잉어, 거북선, 권총 등의 모양을 한 설탕과자를 유리상자에 전시해 두고 1부터 100까지 씌여진 바둑판 모양의 숫자판에 번호 막대 5개 정도를 올려놓은 다음 번호를 뽑아서 일치 하면 해당 설탕과자를 주는 그런 뽑기 말이죠.
추억의 뽑기

△ 추억의 뽑기. 지금도 시내 곳곳에 가끔씩 옛 추억을 되살아나게 합니다.


저 또한 초등학교 다닐 때 방과 후에는 날마다 한 두번씩 뽑기를 하곤 했는데요. 그 당시 제일 큰 왕잉어를 뽑으면 설탕과자를 그대로 주거나 아니면 500원으로 바꿔줬습니다. 그 당시(1970년대)에 500이면 초등학생에게는 꽤 큰 돈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이 50원이고, 문방구에서 파는 대부분의 과자가 100원을 넘지 않았을 때니 말이죠. 또한 꽝이 나더라도 아주 작은 설탕과자를 무조건 받을 수 있었으니 주전부리로도 최고였죠.

그런데 이 게임이 곰곰히 생각해 보면 100개의 숫자에 번호막대 하나가 번호가 5개정도 있고 5개 정도의 막대를 놓고 하니, 뭐든 걸릴 확률은 1/4정도 되었습니다. 설탕과자는 제일 큰 왕잉어부터 아주 작은 과자까지 종류별로 있었는데, 어찌됐든 왕잉어가 당첨될 확률은 1/100인 셈입니다. 날마다 2번씩 한다고 해서 거의 2달 정도를 해야 왕잉어를 뽑을 수 있을까 말까 했는데요. 저는 용케도 왕잉어를 꽤 자주 뽑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왕잉어

△ 추억의 뽑기 중 1등은 당연 이렇게 거대한 왕잉어였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왕잉어를 그렇게 자주 뽑을 수 있었는지 그 비법을 공개해 볼까요. 예전에는 숫자를 뽑는 방식이 동그란 양철 통안데 세로로 접혀진 노란 모조지에 번호를 써 놓고 그 중에 하나를 뽑는 것이었는데요. 번호를 뽑으려고 종이를 자세히 보면 끄트머리에 아주 특별한 잉크가 번진 모양이 보이곤 합니다. 그러면 그 특징이 있는 종이를 뽑은 이후 나오게 되는 번호를 외우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에 가서 이미 잉크가 특징적으로 번진 종이가 몇 번인지 알고 있으므로, 해당 번호에 왕잉어가 씌어진 번호막대를 올려 놓고 뽑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물론 몇 번 뽑고 나면 아저씨가 눈치를 채고 종이를 새것으로 모두 바꾸시곤 했습니다.

추억의 뽑기

△ 왕잉어 뽑는 비법은 이렇게 종이 끄트머리에 나타난 특유의 잉크번짐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편법이긴 했지만,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보통 주인 아저씨가 번호를 쓸 때 사인펜 등을 이용하는데 그 숫자가 씌여진 종이가 물이 묻어서 번지거나 번호를 쓸 때 부주의 하게 되면 끄트머리에 고유한 모양의 잉크번짐이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이야 뽑는 방식이 원통에다가 번호를 써 놓고 아예 돌려서 맞추는 식이라 불가능하게 되었지만, 그 때는 친구들 데리고 가면 왕잉어를 뽑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
추억의 뽑기

△ 요즘은 이렇게 돌림판으로 변했더라구요.


오늘 문득, 시내에 돌아 다니면서 추억의 뽑기를 보니 그 예전 어릴 때 왕잉어를 뽑았던 기억이 나서 한 번 적어 봅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추억들 하나둘씩 가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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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미디 프로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것이 개그콘서트의 “달인”이라는 코너 입니다. 사회자1명, 달인과 조수 1명씩 총 3명이 나와서 매번 다른 주제로 엉터리 달인의 말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달인”코너의 형식은 이렇습니다. 사회자가 “16년동I안 ~~에 대해 정통한 달인을 소개합니다.”라고 운을 떼면서 시작하고, 그 이후에는 그 방면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검증을 하는 수순으로 이어지는데 그 과정이 뭔가 석연치가 않고 마지막에는 엉터리로 판명이 나서 쫓겨나는 겁니다.


최근에 가장 큰 재미를 주었던 “미각의 달인”을 예를 들면 주인공 달인은 16년 동안 맛을 하나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사회자는 귤, 레몬, 양파, 청양고추, 태국고추, 고추냉이, 생강 등 생각만 해도 보통사람들이 먹기에는 아주 고통스러운 음식재료들을 순서대로 달인에게 테스트를 하게 됩니다. 달인이 이 재료들을 하나 둘씩 먹을 때 마다 사회자는 맛이 어떻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주인공 달인은 “씹는 느낌만 있을 뿐, 아무 맛도 못 느낍니다.”라고 답변을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맵거나 고통스러운 온갖 표정이 나타나곤 하는데, 그 표정의 이유에 대해서 또 물으면 전혀 엉뚱한 답을 합니다. 양파를 먹고 눈을 찌푸리는 건 윙크하는 것이라고 하고, 고추를 먹고 매워서 눈물이 글썽거리는 건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코너를 보면서 주인공들의 오버액션이나 요즘 흔히들 많이 하는 몸개그가 없는데도 왜 이리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시청자 Insight을 제대로 실행하고 그걸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nsight이란 통찰, 통찰력, 간파, 간파력, 식견 등으로 해석 되지만, 쉽게 말하면 “보통의 사람들이 같은 상황이라면 공감대를 가지고 느꼈음직한 그 무엇을 알아 내는 과정또는 능력”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의 상황에서 보듯이 양파나, 매운 고추를 먹었을 때 눈살이 찌푸려지고, 눈물이 고일 정도로 매운 것은 누구나 경험해 본 바이고, 실제로 그 개그 코너를 보면서 시청자는 저 사람이 얼마나 매울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를 대부분 공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주인공은 “윙크 하는 겁니다. 또는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서요.”라는 전혀 다른 의외의 답변이나 행동을 하기에 항상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죠.

 

저는 광고나 커뮤니케이션도 이와 같이 소비자 인식을 파고드는 Insight이 있어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상 광고는 공감성, 설명성, 독특성, 호감도의 4가지 척도로 평가하곤 하는데 소비자 Insight을 충분히 반영하는 광고는 위 4가지 척도에서 골고루 좋은 점수를 낼 수 있습니다.

 

광고가 단계별로 제품을 소비자에게 인지-선호-구매의향상승-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목적을 가진다고 보면 결국 초기에 단순히 제품정보를 알리는 것 부터 마지막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핵심은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힘인데 이러한 설득의 기본이 되는 것이 소비자와의 공감대 형성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례를 들면 휴대폰을 반사 시켜서 거울 대신 활용하여 이를 쑤신다거나, 아버지의 꾸지람에 기분 상해 있을 때 우연히 아버지 휴대폰에 내 이름 대신 “나의 희망” 이라고 씌어져 있는 문구를 보여 준다거나 하는 광고는 소비자들이 “ 아 맞다. 나도 저런 경우 있는데, 나도 저럴 때 느낌이 그랬는데” 하고 맞장구 칠 수 있는 Insight 광고라는 거죠.

 

물론 많은 광고 담당자들이 이러한 광고를 기획/제작하려고 하는 시도를 하고는 있으나 날카롭게 소비자의 인식을 찌르는 Insight이 없는 경우 평범한 감성광고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개그콘서트의 “달인”이나 좋은 광고의 공통점은 둘 다 소비자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고 그 근저에는 소비자 Insight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나 상황들을 고찰하기 위한 평소의 노력들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훌륭한 마케터가 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아닐까요?

 

-MR Brand의 마케팅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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