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우리는 한 편의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의 눈물을 안겨 주었습니다. 바로 임순례감독의 '우리 생애의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이라는 영화였죠.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던 우리나라 핸드볼 선수들의 이야기를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영화였는데요.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올림픽이 아니면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종목이기에 올림픽이 끝나면 대부문의 소속팀이 해체되는 경우가 빈번한데요. [이미지 출처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MK픽처스(주) 인용목적] [이미지 출처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MK픽처스(주) 인용목적]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소속팀이 해체 되어 각기 일상에서의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들이 다시 모여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가슴 따듯한 이야기가 우리네 심금을 울렸던 드라마인데요. 저두 그 영화를 보면서 화려한 메달뒤에 숨어 있는 우리나라 비인기 종목 스포츠 선수들의 삶의 애환이 느껴져서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번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도 영화와 똑같은 우생순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한국은 26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카자흐스탄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치며 38-26으로 상대를 물리치며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벽산건설 소속 선수(문필희, 김온아, 류은희)들과 용인시청 소속 선수(이민희, 남현화, 명복희)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뛰게 될 소속팀이 없어져서 쓸쓸한 퇴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벽산건설 핸드볼팀은 지난 10월 전국체전을 마지막으로 팀이 해체 수순을 밟았고, 용인시청도 팀이 공중분해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김운학 대표팀 코치는 "경기도에서 50%의 비용을 지원해 준다면 용인시청에서 계속 뛸 수도 있다"고 마지막 남은 한 가닥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마 우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덴마크와 결승전 이후 대표팀 임영철 감독이 했던 말을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는 내일이면 다시 실업자로 돌아간다. 오늘의 패인은 관심의 부족이다."라고 했습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그 때 잠시 국민적 관심을 받을 뿐이고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생활은 불안하고 어려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0년 베이징올림픽부터 5연패를 해왔던 여자핸드볼이 4강에서 그것도 30승 1무 5패로 압도적인 상대전적을 가지고 있는 일본이라는 상대에게 진 것이 결코 우연히 아닌 것 같아 씁쓸합니다. 이미 우리 선수들은 돌아갈 곳 없는 허탈함과 실망감에 더 이상 열심히 뛰고 싶은 욕심도, 뒤쳐진 점수를 만회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도 더 이상 의미 없다고 생각했을까요. 설사 그런 생각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힘이 빠지고 막막한 상황에서 에너지가 나올 리가 없다고 표현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스포츠는 현재 축구, 야구, 배구, 농구와 같은 특정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특히 올림픽과 같은 종합스포츠대회에서 한국을 세계 10대 스포츠강국으로 올려 놓은 기초 스포츠와 같은 비인기종목에 대한 투자나 관심은 프로스포츠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1980년대 한 때 체육부까지 만들어내면서 엘리트 스포츠에 매진한 결과 일부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만, 그나마도 현재는 정부에서도 그만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에 대해서는 국민적 관심과 지원을 얻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일반기업이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이유는 해당회사나 브랜드의 홍보나 마케팅효과를 보기 위해서인데요. 그러다보니 인기가 없거나 관심이 없는 종목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쉽게 스포츠팀을 운영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게 강제로 비용을 들여가면서 팀을 운영하라고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그나마도 기업이 이렇게 비인기종목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하게 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각종 세재혜택이나 지원정책을 통해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선수들 인건비와 운영비에 대한 손비 인정을 확대하고 각종 스카우트 비용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을 늘리는 등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해당 스포츠팀을 운영하기 위한 시설물 설치 운영에 따른 토지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이 확대 되어야 하겠습니다.
최근 모기업이 꾸준하게 10년 이상을 지원한 결과가 좋은 성적으로 나타난 사례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인데요. 쇼트트랙이외에 전무했던 동계스포츠 종목에서 골고루 메달을 획득한 사례입니다. 평소 비인기종목으로 큰 관심을 얻지 못했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메달을 따 냈던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선수와 피겨스케이트의 김연아 선수 등이 이러한 꾸준한 지원 속에 태어난 선수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단기간의 목적을 달성하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빙상연맹을 지원해 왔습니다. 선수들의 해외전지훈련과 일류 코치 영입에 힘을 쓰고 빙상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서 각종 상금과 장학금을 내걸고 빙상 관련 청소년 대회를 신설했습니다. 또한 각종 연습에 필요한 경기장이나 시설물도 꾸준하게 업그레이드 했으면 각종 대회 선수들에게는 인센티브도 지급되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꾸준하고 지속적인 지원과 배려 덕분에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좋은 선수들을 좋은 환경에서 실력 있는 코치들로 하여금 트레이닝을 함으로써 불가능이라고 여겼던 종목에서도 빛을 발하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위에서 제시했던 정부지원이나 기업이 스스로 사회적 목적을 갖고 비인기종목을 육성하거나 키우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여자핸드볼 선수들처럼 언제라도 우생순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이건 아마도 우리나라가 냉전이후 올림픽을 국력 대결의 장이라고 인식하고 태릉선수촌을 만들어내며 엘리트체육을 육성해왔던 데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가끔 올림픽을 보다 보면 놀랄 때가 있는데요. 다른 나라 선수들의 직업이 참 다양합니다.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경찰이기도 하고, 컬링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이 의사이기도하며, 또 다른 종목에서는 직업 군인이 메달을 따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평생을 선수로만 생활하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것이죠.
소위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얘기하는 유럽국가들은 올림픽 메달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비록 우리보다 메달 수가 뒤쳐져 있다고 해서 우리 보다 스포츠 산업에 대한 투자나 질적인 수준이 뒤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올림픽이라는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을 더 즐기며, 다양한 양질의 스포츠를 일상 생활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즉 스포츠를 국력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하기 보다는 일반인들이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관심 있는 분야의 스포츠를 즐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올림픽에도 제도적으로 키워낸 선수들 보다는 이렇게 사회인 체육에서 활동하는 일반인들이 선수들로 많이 출전하기에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메달 획득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이렇게 생활 속에 사회인 체육이 활성화 되려면 각 지자체별로 이런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각종 스포츠 시설이나 모임이 활성화 되기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스포츠를 단순히 대회에서 꼭 메달을 따기위해 필사적으로 준비하고 피나게 노력하는 전투적인 개념이 아니라 일상에서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 취미생활을 위해서 즐기는 수단으로 포지셔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결국 이렇게 된다면 평소에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선수로 출전해서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다시 본업으로 복귀할 수가 있으니 현재와 같이 엘리트체육 정책에 의해서 오직 선수로만 육성되어서 올림픽이나 큰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선수들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이미지는 MK픽처스(주)에게 소유권이 있으며 인용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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