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미디 프로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것이 개그콘서트의 “풀옵션”이라는 코너 입니다. 2명의 주인공과 4명의 쫄쫄이 멤버들이 나와서 매번 다른 주제로 재미있는 퍼포먼스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초고속카메라와 더불어 몸개그로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코너이기도 한데요.

개그콘서트, 풀옵션

△ KBS2TV 개그콘서트 풀옵션, 김병만씨가 퍼머건조기를 재연하고 있다.

개그콘서트, 풀옵션

△ 아크로바트를 하듯이 정확하게 회전문을 재연해내는 출연자들


“풀옵션”코너의 형식은 이렇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에 자주 겪을 수 있는 상황이나 드라마 등을 재구성한 스토리로써, 2명의 연기자(김대희, 김경아)가 극을 이끌어 나가면서, 그 상황에 어울리는 각종 사물들 또는 기계장치의 모습이나 동작
 등을 4명(류담, 이승민, 이승윤, 김병만)의 퍼포머들이 완벽하게 재연하는 일종의 슬랩스틱 코미디입니다.
 

덧) 슬랩스틱 코미디란 말 그대로 몸으로 웃기는 개그를 말하며, 1910년 미국영화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부로는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찰리 채플린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7-80년대 대부분의 코미디가 이러한 몸개그였으나, 이후 주병진, 이경규, 이홍렬 등의 토크쇼부터 시작된 일종의 말로 하는 개그가 대세를 이루면서 현재 연예인들을 한데 모아 놓고 걸쭉한 입담이나 애드립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까지 이어져 오면서 한 동안 몸개그가 설 자리가 없었는데요. 최근 들어 서서히 개콘의 달인, 풀옵션을 비롯해서 초고속카메라 등 슬랩스틱 코미디가 부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가장 큰 재미를 주었던 “미용실”편을 예를 들면 손님이 미용실에 등장하고 미용실에서 손님이 겪을만한 상황에 따라 나오는 각종 장치 및 동작들을 몸으로 구성을 하게 되는데요. 먼저 들어가는 입구에서 회전문을 만들고, 머리를 손질하기위해 앉는 의자를 만들어 내며, 머리를 깎는 트리머나 가위 그리고 드라이어까지 사람을 이용해서 표현합니다. 심지어는 사람의 입이 컵 받침대가 되고 엉덩이가 잡지 꽂이가 됩니다. 놓치기 쉬운 디테일한 상황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표현으로 연출진과 출연자들의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개그콘서트, 풀옵션

△ 이런 디테일의 표현이 시청자와 공감의 극대화를 이루어냅니다.

기계장치의 동작에 있어서도 미용실의자의 높낮이를 조절 할 때, 의자 아래의 지렛대를 이용해서 올리고 내리고 하는 것까지 정확하게 구현을 하고, 여성들이 퍼머를 할 때 필요한 건조기는 김병만씨가 후레쉬를 양 손에 들고 실제 건조기의 돌아 가는 모습을 재연해 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코너를 보면서 주인공들의 대화도 많지 않고, 억지 설정도 없는데 왜 이리 웃음이 날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시청자 Insight을 제대로 실행하고 그걸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nsight이란 통찰, 통찰력, 간파, 간파력, 식견 등으로 해석 되지만, 쉽게 말하면 “보통의 사람들이 같은 상황이라면 공감대를 가지고 느꼈음직한 그 무엇을 알아 내는 과정또는 능력”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용실에 가면 헤어디자이너분들이 의자의 위치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발로 지렛대를 움직이는데요. 지렛대를 손바닥으로 표현하고 그걸 밟으면 의자가 오르고 내리는 모습이 실제 미용실에서 겪었던 상황과 너무 비슷하고, 건조기도 마찬가지로 머리 위에서 회전을 하면서 안을 들여다 보면 열을 내는 램프가 있는데요. 그걸 후레쉬로 표현을 하면서 빙글빙글 돌아가니 또 너무 공감이 가는 겁니다. 이러한 공감 속에서 기계는 할 수 없는 사람만의 감정표현이나 표정이 순간순간 드러나니 당연히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즉, 일상에 무의식적으로 스쳐지나가는 단면들을 놀라우리만치 정교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해내고 그것을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연기자들의 몸동작이나 감정표현 등을 시의적절하게 표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개그콘서트, 풀옵션

△ 머리를 다듬는 트리머를 발가락으로 김대희씨의 무표정함이 오히려 웃음으로 다가옵니다.

개그콘서트, 풀옵션

△ 미용실 의자 높이 조절 지렛대를 손바닥으로 표현하고 있다.

개그콘서트, 풀옵션

△ 왁스를 바르라며 혀를 내미는 김병만씨, 이 순간 웃지 않을 수 없겠죠.

저는 광고나 커뮤니케이션도 이와 같이 소비자 인식을 파고드는 Insight이 있어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상 광고는 공감성, 설명성, 독특성, 호감도의 4가지 척도로 평가하곤 하는데 소비자 Insight을 충분히 반영하는 광고는 위 4가지 척도에서 골고루 좋은 점수를 낼 수 있습니다.

 

광고가 단계별로 제품을 소비자에게 인지-선호-구매의향상승-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목적을 가진다고 보면 결국 초기에 단순히 제품정보를 알리는 것 부터 마지막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핵심은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힘인데 이러한 설득의 기본이 되는 것이 소비자와의 공감대 형성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업PR 광고, SK텔레콤

△ SK텔레콤 기업PR 광고

일례를 들면 휴대폰을 반사 시켜서 거울 대신 활용하여 이를 쑤신다거나, 아버지의 꾸지람에 기분 상해 있을 때 우연히 아버지 휴대폰에 내 이름 대신 “나의 희망” 이라고 씌어져 있는 문구를 보여 준다거나 하는 광고는 소비자들이 “ 아 맞다. 나도 저런 경우 있는데, 나도 저럴 때 느낌이 그랬는데” 하고 맞장구 칠 수 있는 Insight 광고라는 거죠. 물론 많은 광고 담당자들이 이러한 광고를 기획/제작하려고 하는 시도를 하고는 있으나 날카롭게 소비자의 인식을 찌르는 Insight이 없는 경우 평범한 감성광고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개그콘서트의 “풀옵션”이나 좋은 광고의 공통점은 둘 다 소비자의 마음을 적극적이며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고, 그 근저에는 소비자 Insight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나 상황들을 고찰하기 위한 평소의 노력들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훌륭한 마케터가 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아닐까요?

 

(로긴 없이) 아래 별표 손가락 버튼을 꾸~~욱 눌러 주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구독+에 추가하시면 update되는 제 글들을 쉽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