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닐 때 옥탑방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몇 해 전 한참 인기를 끌었던 옥탑방고양이라는 드라마에서도 보여주듯 젊은 그 시절에는 옥탑방에서의 로맨스나 낭만을 어느 정도 기대했던 것도 사실 입니다. 다른 방에서는 볼 수 없는 널찍한 옥상 공간에서 맛 있는 바비큐 파티도 하고 밤에는 서울 시내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심지어는 햇볕 쨍쨍 내리 쬐는 여름날 옥상 여기저기에 걸려 있는 빨래 조차도 아름답게 보이는 그런 상상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즐거운 상상은 이사한 지 한 달이 채 못 되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옥탑방이라는 것이 외부 날씨 변화에 그대로 노출이 되는 지라 여름에 학교 끝나고 집에 갈 때 쯤이면 한 낮에 내리 쬐는 햇볕을 그대로 받아들여 머금고 있다가 문을 열자 마자 뜨거운 공기가 확 느껴져서 한증막처럼 덥고, 겨울에는 말 그대로 추위에 그대로 노출 되어 문틈이나 창틈에 조그만 공간이라도 있을라치면 살을 에이는 듯한 바람에 어찌나 추운지 말이죠.
특히 수업이 없는 아침엔 늦잠을 자고 싶어도 창가 내리 쬐는 햇볕에 그대로 노출이 되어 햇볕을 피하느라 방 안을 이리 저리 굴러 다니기도 하고 심지어는 부엌까지 내 몰리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옥탑방이기 때문에 가지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 동안 미디어에 노출된 아름답고 낭만적인 허상에 눈이 가려 제대로 볼 수가 없었던 거죠.
몇 해 전 하와이에 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타는 동안 내내 가슴이 설레곤 했습니다. “ Bay watch” 에 자주 등장 하는, 시원한 파도를 가르며 서핑을 하는 서퍼들과 늘씬하고 매력적인 미녀들이 해변을 가득 메우는, 그런 낭만적인 와이키키 해변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말이죠.
호텔에 짐을 풀자 마자 곧장 전 와이키키라 불리 우는 그 멋진 해변으로 달려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입니까? 미디어에서 그렇게 멋있게 보였던 와이키키 해변은 우리나라 해운대하고 너무도 똑 같더란 말이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와이키키를 벤치마크해서 해운대를 개발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몇 몇 서퍼들이 파도타기도 하고 약간의 이국적인 풍경이 있긴 하지만 평소에 기대 했던 그런 와이키키가 아니었습니다.
바람의 언덕이니, 민속마을을 구경하고 섬 전체를 둘러 보아도 제주도 보다 하등 나을 것이 없는 섬이었습니다. 이런 섬이 어떻게 이리 유명하게 되었나 하고 의심이 들 정도로 말이죠.
Waikiki Sunset (24) by spartanjoe
마케팅도 이와 같다고 봅니다. 핵심적인 Benefit이 없는 제품을 각종 미사여구나 현란한 메시지로 포장하고 TV등의 매스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 하면 소비자는 호기심이나 기대감을 갖고 실제 매장에서 Trial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구매 이후 사용을 해 보게 되면서 광고에서 보여줬던 메시지나 달콤한 속삭임이 허구였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게 되면서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실망한 소비자는 다시는 그 제품을 재 구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심지어는 본인이 재 구매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그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입소문을 전파하게 되어 브랜드 및 회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전체 구매력 집단 내에서의 Trial비율)*(Try한 사람 중 Repeat비율)*(단위당 구매액)*(구매횟수) = (총 매출) 이라고 보면 Trial 만 높이기 보단 Repeat비율을 동시에 올려야 해당 제품의 총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제품 자체의 핵심적 Benefit이 소비자 측면에서 명확하게 존재해야 하며 그 사실에 입각해서 적절한 마케팅믹스를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전달했을 때 Trial뿐 만 아니라, 지속적인 Repeat이 일어 난다는 겁니다.
여러분도 처음 한 두 번의 달콤한 미사여구보다는 볼수록 매력이 있는 “볼매”가 될 수 있도록 노력 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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