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은 도급업자에게 택시 영업권을 양도해서 불법으로 택시를 운영한 혐의로 모 택시회사 대표와 브로커 등을 불구속 입건 했습니다. 이들은 2004년부터 지난 6월까지 택시회사 4곳을 운영하면서 도급업자에게 택시 97대를 임대해주고 그 대가로 임대료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의 설명에 의하면 이러한 불법 영업형태가 최근 택시기사의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택시업계에서 자격을 갖춘 기사를 고용하기가 어려워져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특히 이들 도급업체는 전과를 포함한 이력을 조사하거나 최소한의 면접 절차도 없이 기사를 고용하는 바람에 강도강간이나 도박 등의 전과자와 몸이 불편한 70대 노인 등이 채용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과자라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최소한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고, 서비스에 충실할 수 있는 기본 자격을 갖춘 사람인지를 제대로 평가해서 채용했느냐가 문제의 핵심인 것이죠.

현행법상 현행범이 출소이후 2년이 지나면 택시기사를 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기소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고, 서울시청에 행정처분만 의뢰한 상태입니다. 결국 경찰에서는 지속적으로 단속을 한다고는 합니다만, 교묘하게 장부 등을 조작해서 도급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택시업체측의 잦은 행정소송으로 지속적인 단속, 고발도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결국,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강간이나 강도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거나 심지어는 택시운전을 하면서 손님을 성폭행한 전과가 있는 기사들을 만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떠한 검증과정이나 방어수단 없이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에게 맡긴 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인데요. 이렇게 불법으로 최소한의 기본적 자질도 검증하지 않은 채 중간 브로커를 통해 기사를 고용한 택시회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상황을 이렇게 몰고간 이면에는 택시기사들의 임금구조, 그리고 전반적인 교통 이용 수단의 변화에 따른 택시 운송 사업의 수익구조악화 및 실효성이 부족한 정부정책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납금 제도 운영으로 인한 고질적인 택시기사 임금구조 문제

사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택시 사납금제도의 탄생은 일종의 게임이론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정보를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보완하고자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예전에 대토지를 소유했던 지주들이 본인의 땅을 경작할 농노들에게 1년 365일 따라 다니면서 일을 열심히 하는지 안 하는지 물리적으로 감시하기 힘든 상황에서 본인이 감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나온 것이 일정 수확량을 지주의 몫으로 지불하고 그 이상을 수확한 것에 대해서는 경작자의 수입으로 가져가게 한 제도입니다.

결국 잘만 운영된다면 고용인이나 피고용인에게 서로 윈윈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기도 한데요. 문제는 사납금의 수준이 적정하고 합리적인가에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택시기사분들이 하루 8시간기준으로 7만원에서 7만5천원 정도를 사납금으로 지불하고 있으며, 2만원 정도의 기본 연료비 이외의 추가 연료비용, 식대 등의 기타 비용을 본인 스스로 얻은 수입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택시운전 경험이 많고 수완이 뛰어난 분들이 아니라면, 평균 월 기본급 50-70만원 정도에 각종 사납금 및 비용을 제하고 추가로 얻은 수익 일정부분을 합쳐도 4인가족 최저생계비 수준인 136만원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정확한 수입은 개인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고 생각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7월 1일부터 정부에서는 택시기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월 209시간 노동기준으로 85만원을 정액기본월급으로 지불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추가 수익분을 택시기사의 수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므로 이렇게만 된다면 조금이나마 임금수준이 상향 조정될 수도 있을텐데요.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결국 사업자 입장에서는 기본급이 올라간 만큼 사납금을 올리겠다는 것이 공공연한 입장이고, 일부는 최저임금제를 지켜야 한다면 대량해고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택시기사분들의 실질적인 임금상승이 현실적으로는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교통수단 및 소비자인식 변화에 따른 택시운송사업 수익성 악화 지속

2009년 기준으로 봤을 때 택시 이용객수는 IMF로 최악이던 97년 대비해서도 4%정도 줄었으며, 운휴율이 40-50%정도까지 될 정도를 차고에서 놀고 있는 택시가 많다고 합니다. 길거리의 절반 정도는 빈택시로 돌아다니는 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건설교통부는 전국기준으로 택시 1대당 1만7천원 정도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경영여건이나 근로조건 악화, 이직에 따른 기사의 부족, 운휴율증가, 다시 경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택시 이용객수가 줄어들게된 근본적인 원인은 교통수단 이용행태 및 환경변화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 공사가 이루어 지고 있는 지하철과 전철 노선의 발달로 인한 이용증가 및 버스노선 확대로 인한 이용증가, 그리고 자가용 수요의 증대로 인해 물리적으로 택시 이용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소비자입장에서 볼 때는 택시요금은 계속 오르는데 서비스 수준은 변함이 없고 정말 필요할 때 쾌적하고 빨리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 택시를 이용하는데 서울시내 교통 상황을 고려할 때 곳곳에 극심한 교통적체로 인해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택시이용을 더더욱 꺼려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실효성 없는 정책 실행과 예산 미지원

이 번 최저임금제의 시행만 보더라도, 단순 산술서식에 의한 최저임금상승만을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없이 제시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택시기사분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사납금 상승 압력이나 오히려 해고의 두려움에 시달리게 된 결과를 낳았으며 법으로 정한 임금지급방식을 지키지 않았을 때에는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을 상향 조정해서 지급하게 되면, 날마다 따라 다니면서 택시기사분들을 관리 감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열심히 운전하는 기사분들은 상관 없지만 택시를 몰고 나가서 열심히 일 하지 않고 다른 일을 보거나 하는 기사분들에게도 월 고정금액을 지불해야 하니 어려운 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사업자와 택시기사가 수익을 분배해서 운영하는 방법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기존 개인택시를 늘리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터인데 개인택시에 관련한 정책에 있어서도 융통성 있는 시행이 부족한데요. 영업용 택시를 개인택시로 전환하려면 개인택시 숫자를 늘려야 하는데 무작정 늘리게 되면 문제가 있으므로, 기존 면허를 취득한 사람들의 면허기간을 30-40년으로 제한하고 면허를 소멸시키면서 새로운 허가를 내주는 방식 등의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필요할 듯 합니다.

또한 택시운송사업자가 최소한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성을 담보하는데 있어서 선진국처럼 공익적 차원에서의 예산 지원도 미흡한 것 같습니다. 물론 예산 지원에 있어서는 그 자격의 심사나 과정에 있어서의 투명하고 까다로운 검증 절차가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유류비에 대한 세금 인하 및 보조금 지원 등의 예산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의문 입니다.


결국 소비자가 극단적인 경우 사회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운전하는 택시를 만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택시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택시기사분들의 안정적인 임금구조가 정착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택시 사업자가 최소한의 수익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사업성을 유지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데, 결국 이렇게 되려면 택시의 공익적 측면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정부정책의 시행 및 최소한의 예산지원과 더불어 사업자가 제대로 적정한 수준의 임금지불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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