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1970년대) 명절 때면 항상 손 꼽아 기다리던 영화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중국 무협영화였던 걸로 기억 됩니다. 그 당시 개봉영화의 70-80%를 무협영화가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학교 빗자루나 밀 걸레 자루를 가지고 주인공 흉내를 내며 무술을 연습했던 추억도 어렴풋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 시대를 풍미했던 주인공으로는 왕우, 적룡, 이소룡, 성룡 등이었으며 정무문, 소권괴초, 당산대형, 취권, 사망유희, 맹룡과강, 용쟁호투 등 한결 같이 비슷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던 영화들이었습니다.
스토리는 대강 이렇습니다. 어느 평화로운 날 반대 문파들의 기습 공격으로 주인공의 부모님, 형제와 같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영화는 시작 되고, 주인공은 가족의 복수를 위해 변방에서 와신상담하며 필살기를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실력이 됐다 싶으면 원수를 찾아 떠나는데 그 과정 중에 다양한 적들이 차례로 등장하게 되며 나중으로 갈수록 그 실력이 점점 세지게 되는 겁니다. 처음에는 부족한 실력으로 인해 거의 죽다시피 맞고 돌아 오게 되고, 다시 연습해서 또 찾아 가면 그 보다 실력이 나은 적들이 나타나고 하는, 그러한 일련의 연습과 대결을 몇 번 반복한 이후에 결국엔 무술의 최고수로서 완벽하게 달인 수준의 경지에 이르고 원수를 물리침으로써 가족의 복수를 달성하게 된다는 거죠.
영화의 주인공이나 배경은 조금씩 달랐지만 한결 같이 위와 같은 가족의 죽음, 연습, 대결, 복수의 완성이라는 비슷한 플롯과 시나리오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명절 때 만 되면 그렇게 극장 앞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곤 했던지 지금 생각해 보면 원수를 물리칠 그 짧은 마지막 장면의 통쾌함을 맛 보기 위해 그랬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직장인의 길도 무협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업무도 처음에는 아주 Specific한 부문에 대한 관심이나 역할에서 시작 되고 한 분야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매너리즘에 빠질 때면 또 다른 새로운 분야를 찾아서 도전하고 하는 것이 마치 무협영화에서처럼 나 하고는 판(Layer)가 다른 고수를 찾아 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더란 말이죠.
이후 마케팅 실무를 하고 싶어서 **제당이라는 회사를 선택하고 브랜드 매니저, 광고팀, 마케팅 전략팀 등에 있으면서 마케팅의 전반적인 업무를 배우게 되었는데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길 때쯤이면 마케팅의 다른 분야에 대한 도전을 하거나 더 포괄적인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갑자기 바보가 된 느낌이거나 아주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즉, 내가 놀고 있는 판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겨 고수가 되었지만, 나와는 판이 다른 고수들이 항상 있더란 말이죠. 그래서 그 판을 바꾸는 과정엔 항상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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