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평소에 드라마를 보면서 '왜 우리나라 드라마는 장르가 모두 비슷비슷한 막장 드라마들 뿐인가?라는 의문을 한두번쯤은 가져 보신 분들이 많을텐데요. 요즘 한참 유행하고 있는 미국드라마를 보면, 가벼운로맨스부터, 의학, 스릴러, 사이언스, 첩보, 액션, 공포 등등 각 장르를 불문하고 아주 다양한 드라마들이 균등한 비율을 가지고 방영되고 있습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의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속적인 비난과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불륜을 소재로 하거나, 삼각관계, 된장녀,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는 접하기 힘든 변형된 형태의 멜로 드라마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강지처클럽

△ 조강지처클럽, 주인공은 본부인을 버리고 다른 여인을 만났다가 다시 본부인을 만나는..[출처:SBS]


덧) 사실 다른 장르의 드라마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의학, 사이언스, 공포, 스릴러 등등이 있기는 합니다만, 전체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구성비를 감안할 때는 그 어떤 장르 보다도 멜로 드라마 형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죠. 요즘에 와서는 가볍게 볼 수 있는 풋풋한 사랑 이야기 보다는 그 형태가 갈수록 비상식적이고, 반인륜적인 막장 형태로 가고 있어 더욱 안타깝기도 합니다.

1. 적정 구매력 집단을 형성하지 못하는 인구수

현재 남한 인구 4천 8백만의 인구를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는 내수시장만으로는 전체 국가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기가 어려운 마켓 사이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해외 의존적인 수출지향 비즈니스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일부 대기업을 제외 한다면, 수출기업이 해외시장이 호황일 때 수출을 하다가 글로벌 시장이 침체가 될 때는 내수시장으로 돌려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수출을 하고 하는 주기를 반복해서 기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구수(1억 이상)조차가 안 된다는 것이죠.

CSI

△ 전미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 드라마 CSI, 편당 제작비가 2-300만불 정도이다.


이에 비해서 미국, 중국, 일본의 경우 최소한의 내수시장만으로도 국가경제가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의 구매력 집단을 가지고 있기에 연령대별, 라이프스타일별, 지역별 등으로 타겟 분류를 하더라도 각각의 세그먼트에 해당하는 타겟들이 최소한의 적정한 구매력 집단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이유로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는 각기 다른 연령대, 라이프스타일, 구매력에 따른 타겟팅이 가능하고 그러한 타겟팅에 따라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가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4천 8백만의 인구수에서 실제 생산능력이 없는 영유아, 노년층, 기타의 사유로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인구를 빼고 나면 실질적인 구매력 집단은 더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요. 한정된 구매력 집단을 또 다른 기준으로 작은 단위로 분류해서 타겟팅을 하게 되면 해당 단위마다의 적정 구매력 집단을 이루기가 힘들어지게 되므로 기업에서는 굳이 비싼 돈을 들여 TV광고를 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제작비를 광고비에 의존하고 있는 방송국입장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들을 만들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2. 막강한 주부 구매력 집단

주부 타겟에 대해서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마케팅하는 사람들치고 한두번 쯤은 고민해 보지 않은 분들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우리나라에서 구매력집단을 분류 하라면 '주부냐, 주부가 아니냐' 로 대변될 정도로 주부들의 타겟파워는 막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부가 직접 비용을 지출해서 사는 비율이 높을뿐더러, 남편이나 아이들의 구매의사결정에 대부분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면 주부들의 구매력은 더욱더 파워풀 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여성이 결혼 이후에 사회생활을 하는 비율이 기타 선진국에 비해서 아직 작다고 볼 때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전업주부들이 상대적으로 TV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상당한 구매력을 지니면서 높은 TV 시청률과 몰입도를 보이는 주부타겟은 당연히 TV프로그램의 주타겟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평균적인 시청률을 고려해 볼 때 25-39의 주부 시청률이 15-24영타겟에 비해서 2배 이상의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업 주부는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젊은 영타겟에 비해서 높으니 집에서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은데 비해, 젊은 타겟들은 집에 있기 보다는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TV이외에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의 신규 미디의 수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TV의존도는 주부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제작비를 광고비에 의존하는 공중파, CA-TV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광고비를 얻어내야하고, 광고비를 얻어 내려면 당연히 시청률을 확보해야 하므로 메인타겟인 주부타겟의 입맛에 맞는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나, 남성들이 좋아하는 다큐, 시사프로그램의 제작은 최소화 하고 주부들이 좋아하는 멜로 드라마, 불륜을 소재로 하는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밖에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제작비와 그에 따른 ROI

실제 TV 광고비는 대부분 프로그램제작비와 일부 전파사용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대부분의 프로그램 제작비는 광고주들이 지불하는 광고비에 의존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다 보니 결국은 시청률을 높여서 광고주들이 해당 프로그램의 광고를 사 주어야 비즈니스가 이루어 지는 것이죠.

그런데 한정된 구매력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 시장을 볼 때 거대한 제작비가 투여되는 스펙타클한 어드벤처나, 액션류의 장르를 만들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드라마의 경우 전세계 시장을 타겟으로 하기에 충분한 구매력 집단 타겟을 가지고 있음으로 편당 2-300백만 달러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또 하나는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명배우를 쓰지 않고도 주부들이 좋아하는 소재나 스토리를 잘 발굴하기만 하면 평균이상의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기에 굳이 돈 들여서 다른 장르의 드라마를 만들 니즈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아침드라마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가 있는데요. 그리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지 않는 드라마임에도 저녁에 하는 미니시리즈 평균 시청률의 70%정도를 주부타겟을 통해 달성할 수가 있습니다.


결국 충분한 구매력 집단을 형성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시장 사이즈의 한계, 그리고 상당한 구매력을 지니면서 TV의존도가 높은 한정된 주부타겟, 제작비 대비 회수할 수 있는 ROI를 따져볼 때 거대한 제작비가 투하되는 기타 장르의 드라마를 만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한 멜로드라마를 만들게 되고, 멜로 드라마에서도 유명배우들을 상대적으로 덜 쓰고도 시청률을 확보하려고 하다 보니 스토리가 파격적이고, 비상식적이며, 충격적인 막장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물론 유명배우를 쓰고도 타 방송사와의 차별화를 통한 시청률 확보를 위해 막장드라마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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