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란과 바나나우유

Posted at 2009. 6. 9. 08:54// Posted in Marketing essay

어릴 때 항상 기차를 타면 그물에 담긴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먹고 싶어 카트를 밀고 다니

는 홍익회 아저씨가 지나갈 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었고 기차가 대전역에 도착할 때쯤이면

항상 뜨뜻한 국물에 감칠맛 나는 가락 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에 가슴이 설레곤 했습

니다. 그 시절 기차를 타서 삶은 계란을 못 먹거나 깜빡 잠이 들어 대전역을 지나쳤다는 걸

나중에 알라치면 한 동안 못내 아쉬워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Pace eggs......................
Pace eggs...................... by ANDI2..WHIPLASHED AWAY....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또한 초등학교 이전에는 저희 집에 같이 살고 계시던 막내 이모가 저를 항상 목욕탕에 데리고 가곤 했습니다. 유독 깔끔함이 몸에 베인 이모는 목욕탕에서도 살이 빨갛게 부어 오르도록 제 몸을 씻기곤 했는데 저는 용케도 목욕 하는 내내 따끔거리는 아픔을 참아 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아픔을 참아 냈던 이유는 바로 이모가 항상 제게 걸었던 하나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울지 않고 목욕이 끝나면 바나나 우유를 사 주겠다는 것이었죠.

 
화끈거리는 얼굴로 후덥지근한 목욕탕에서 나오자마자 빨대를 꽂아 마시던 시원한 바나나우유 맛은 정말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달콤함 이었기에 그 이후로도 한 동안 이모와 목욕탕 가던 두려움과 아픔을 참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 나자 마자 매일 집 앞에 놓여 있던 투명한 유리병 안에 들어 있던 고소한 서울우유, 소풍 갈 때 항상 어머니께 사 달라고 떼쓰던 밀크캬라멜 등 그 시절 잊을 수 없는 먹거리들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은 기차여행을 가거나, 목욕탕에 갈 때면 그 시절 삶은 계란과 바나나 우유가 간절히 그리워지곤 합니다. 아마도 제 머릿속에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겠죠.

 

udon noodles, with vegetables and tofu
udon noodles, with vegetables and tofu by massdistractio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최근 이러한 뭔가 기억하고 기념할만한 거리를 소비자에게 만들어 주는 경험 마케팅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만을 알리는 것이 아닌 브랜드에 내재된 속성, 메시지, 이미지 등을 특별한 추억거리로 만들어 주는 것이죠.

 

제가 올리브유 브랜드매니져 시절 주부와 아이들을 초청해서 1박2일 동안 청평 유원지에서 올리브유를 이용한 쿠킹클래스, 요가교실, 매직쇼,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쳐 그려주기, 캠프 파이어 등의 프로그램으로 엄마와 아이들에게 백설 올리브유와의 특별한 체험을 제공했던 올리브포유페스티벌을 진행했었습니다. 행사 이후 회사 게시판에 아이와 함께 했던 어머니들의 특별한 체험에 대한 진심 어린 칭찬의 글들이 상당 기간 동안 지속 되었고 상당 수 블로그와 카페 등에 해당 내용들이 자발적으로 노출 되었습니다.

 

단순히 제품의 특성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광고로는 행 할 수 없는 소비자 머리 속에 브랜드와의 공감이 특별한 경험에 의해 형성 되었던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 마케팅은 좋은 기억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구전에 의한 광고효과로 이어지고 또한 브랜드에 대한 단순한 인지를 넘어 소비자 자신과 브랜드간의 공감성을 제공하며 나아가서는 브랜드로열티 형성으로 이어져 오랜 동안 반복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에게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LTV(Life Time Value)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자기자신만의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가지고 계신가요?

 

-MR Brand의 마케팅 Essay-

  1. 2009.06.09 09:00 신고 [Edit/Del] [Reply]
    마케팅의 세계, 마케팅에 관해 잘보고 갑니다.
  2. 글쓴이
    2009.06.09 09:29 [Edit/Del] [Reply]
    딴지는 아닌데요...
    빙그레에서 나오는건 "바나나우유"가 아니라 "바나나맛우유"입니다. 바나나맛우유에는 바나나가 하나도 안들어가있고, 그래서 최근에 나온 - 제품에 성분이 안들어가있으면 그 이름 못쓴다고 - 문제가 이런거고요.
    진짜 마케팅 이야기 하시는거 맞죠? 그죠? 그런데 제품명 하나도.......
    • 2009.06.09 09:38 신고 [Edit/Del]
      ㅎㅎ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제품명을 모르는건 아니구요 제가 겪은 에피소드와 마케팅 이야기를 같이 하다 보니
      일반 소비자가 통상 쉽게 알고 있는 "바나나우유"라는 명칭을 썼습니다. 바나나맛 우유라고는 잘 안 부르죠...
  3. 2009.06.09 12:35 신고 [Edit/Del] [Reply]
    삶은 달걀과 바나나우유로 연상되는 어린날의 추억이
    담긴 글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구운 달걀이 맛있어 보여요,,헤헤^^
    상큼한 하루되십시오!
    • 2009.06.09 13:16 신고 [Edit/Del]
      ㅎㅎ 삶은 달걀 이미지를 찾기가 어려워서요..그당시 저희 막내 이모를 몹시도 미워했답니다..빨리 시집가라고 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관심 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 2009.06.09 18:24 신고 [Edit/Del] [Reply]
    이건 뭐 오래됬다보니 추억을 자극하는 그런 마케팅같네요.
    그 바나나우유는 바나나맛우유를 거쳐 곧 바나나향우유가 될 운명이죠^^; 트랙백넣습니다.
    아쉬운점의 하나는 이렇듯 그때 그대로인것 자체가 브랜드이고 추억이되는데 그게 변할수밖에 없다는 사실인것같습니다.
    맥콜이나.. 가끔씩 동네슈퍼가서 먹거리를 뒤적거리다가 예~전에 먹던 과자를 보면 참 반갑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는 칸쵸에요 ㅋ 아직도 칸쵸라면 환장합니다~
    • 2009.06.10 10:55 신고 [Edit/Del]
      뭐..사실 Retro마케팅이라고들 합니다만, 거창하게 무슨 무슨 마케팅이라고 하기 보단
      그시절 그 때 본인의 추억의 스토리가 묻어 있는 제품을 보면 반갑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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