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프레스센터에서 방통위와 이석채 KT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통합 LG텔레콤 부회장 등 통신 3사 CEO와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 이정준 LG전자 부사장, 김상헌 NHN 사장이 간담회를 열었는데 그 주제가 이통3사의 과열경쟁을 자제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8조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무선인터넷 활성화와 모바일 컨텐츠 활성화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아이폰

△ 스마트폰의 성장과 그에 따른 앱스토어 활성화에 기폭제가 된 애플 아이폰


이 날 간담회에서의 핵심 주제는 현재 제각각 운영중인 모바일 앱스토를 통합해서 운영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아마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갑자기 성장하고 있고, 10만개 이상의 아이폰용 컨텐츠로 전 세계 앱스토어를 리드하고 있는 애플사와, 최근 안드로이드 베이스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글사를 견제하기 위한 위기감에서 나온 대책이라고 생각 됩니다.

이렇게 앱스토어의 규격을 일원화 하거나 통합 하게 되면 여러가지로 국가 전체적으로 장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규격 통일로 인해서 개발자들은 똑같은 컨텐츠를 각기 다른 규격에 따라 개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단말기나 모바일 OS에 따라 제 각각인 앱스토어를 방문하지 않고 한군데서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이 때문에 편리함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앱스토어의 운영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도 단일화의 장점은 분명 존재한다고 판단되어 집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앱스토어의 통합이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1. 앱스토어의 수익 배분의 원칙

애플을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앱스토어의 수익 배분의 원칙은 개발자와 비즈니스 사업자의 수익배분을 7대 3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SKT의 T스토어, KT의 쇼앱스토어, 삼성전자의 삼성엡스가 운영되고 있는데 대부분 글로벌 원칙대로 수익배분의 원칙을 따르겠다고는 하고 있습니다만, 여러가지 이유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먼저 비즈니스 사업자와 개발자간의 수익배분의 원칙은 오픈마켓처럼 초기 회원 가입비로 일정부분의 금액을 비즈니스 사업자가 받고, 그 다음은 개발자가 어플을 올릴 때마다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막강한 시장지배력과 자금동원력을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사업자가 개인이나 벤처기업형태의 개발자들에게 일정 부문이상의 수익률을 담보해 주기를 믿는다는 것은 그간의 기존 오픈마켓에서 사업자가 우월적지위를 통한 불합리한 가격정책 등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볼 때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아이폰 어플

△ 만약 통합 앱스토어가 잘만 운영된다면,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겠죠.


설사 비즈니스 사업자와 개발자 간의 수익배분의 원칙이 해결된다고 해도 이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통사, 단말기를 제조하는 제조사간에 특정 스마트폰은 특정 이통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급하고 있는 우리나라 시장환경을 고려해볼 때 각각의 단말기와 해당 이통사간의 계약의 상이함에 따라 비즈니스 사업자간의 수익배분의 원칙도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가 힘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 자제의 비현실성

실제 이날 간담회에서는 방통위에서도 권고 했듯이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을 매출액의 20%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그 나머지 비용을 모바일 컨텐츠활성화에 투자 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는 그간 이통사간의 마케팅 활동을 비추어볼 때 극히 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 됩니다.

우리나라의 이통시장은 현재 신규 가입자를 더 이상 확보하기 위한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결국 이통3사간의 서로 고객 뺏어오기가 마케팅의 핵심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간의 마케팅 비용을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인다는 것은 곧바로 시장점유율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이통사에서 이러한 정책을 선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현재 이통사간의 통화품질력에 큰 차이가 없고 그에 따른 고객의 큰 불만이 없는 상황에서는 결국 소비자는 좋은 단말기와 그에 따른 보조금에 따라서 이통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각종 IMC에 투하되는 광고선전비 이외에도 곧바로 가입자 유치에 따른 실적 효과를 볼 수 있는 단말기 보조금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3. 스마트폰의 국내 성장 가능성과 어플리케이션 자체의 수익성

지난 3월 5일 기준으로 국내 아이폰 가입자가 40만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2010년도 각 이통사들의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보면 SKT가 15종, KT가 10종, LGT가 5종으로 2009년 대비 2.3배의 스마트폰이 출시될 예정이며 전체 판매 예상대수는 400만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휴대폰 연간 판매량을 1,600만대로 보았을 때 1/4정도가 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해당 기업들이 앱스토어에 대한 규격을 통일하고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앱스토어가 돈이 되는 수준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커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게 됩니다. 물론 작년에 비하면 스마트폰의 성장세는 가파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스마트폰이외에 피처폰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아직도 75%나 됩니다.
피처폰들

△ 스마트폰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휴대폰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피처폰


그렇다면 이통사 입장에서는 산술적으로 볼 때 전체 마케팅 비용의 75%는 여전히 기존 피처폰 시장을 통해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투자에 있어서도 앱스토어 등 모바일 컨텐츠에 대한 투자에 앞서 스마트폰 내에서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 등의 현금성 마케팅 비용이 우선시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결국 스마트폰이 일정 수준이상의 시장점유율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어플리케이션이 고객의 ARPU(Average Revenue Per User)를 높이는데 상당부문 기여하지 못한다면 모바일 컨텐츠에 시장 활성화에 대한 투자는 기존의 피처폰 타겟, 스마트폰 내에서도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 등에 우선순위가 밀리게 되는 것이죠.


이상의 3가지 이유로 한국형 통합 앱스토어의 출현이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아 보았는데요. 사실 우리나라 이통사들은  근 10년 이상을 이통시장을 본인들의 수익구조에 유리하도록 사실상 폐쇄적으로 지배해 왔습니다. 3개 이통사의 과점적 시장형태의 폐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이렇게 유지되어 오던 시장구도가 KT의 아이폰 도입으로 인해서 급물살을 타고 변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KT의 입장에서도 현 시장환경이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는 SKT를 누를 수 없다는 판단하에 아이폰과의 불리한 계약도 감수를 하게된 것이죠. 

이유야 어찌됐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후발기업체의 경쟁유발이 결국 1등 사업자의 SKT의 정책을 변화시키게 만들고 시장전체가 합리적인 가격에 의한 소비자 편익위주로 재편된다는 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지만, OPEC 담합 등 수 많은 게임이론의 사례에서 보듯이 개별기업 입장에서 한 두번의 Cheating으로 시장 지위의 재편이나 단기적인 수익을 꾀할 수는 있지만, 결국 과점이라는 시장경쟁구도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는 서로간의 무한경쟁은 서로에게 득이될 것이 없다는 판단하에 향후 공정한 경쟁을 위한 이통3사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면 모처럼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는 이통시장의 봄바람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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