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 발표를 했는데요. 주요핵심골자는 지금껏 고위직 공무원의 등용문처럼 여겨져왔던 행정고시를 5급 공채시험으로 바꾸고 내년까지는 5급 공채시험으로 70%를 채용하고 나머지 30%는 민간인 전문가를 특채한다는 내용이고 2015년까지 민간인 채용규모를 전체의 50%까지 올리겠다는 것입니다.

시험 전형 방법에 있어서도 현재의 행정고시처럼 필기위주의 시험이 아니라, 민간인 특채의 경우 서류와 면접전형으로만 채용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61년만에 공직사회에 대한 대변혁을 통해 개방과 경쟁의 문화를 도입함으로써 대대적인 쇄신과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정부의지를 보여준 것인데요. 개인적으로 정부의 이 번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 일부 우려의 마음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찬성하는 바입니다. 자 그러면 이 번 제도개혁을 제가 환영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를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특정분야에 있어서 한 두번의 필기시험으로 남은 인생을 개런티 받는 결정론적 채용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음.

행정고시에 패스를 하게 되면 9급, 7급 공무원과 달리 바로 5급 사무관으로 채용되는데요. 이는 일반 9급 공무원이 평균 25년 가까이 걸려서 얻을 수 있는 직위(대부분은 9급으로 시작하면 6급으로 정년퇴직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를 한 번의 시험으로 얻는 것이므로 지금껏 고위 공무원으로 진출하는 등용문으로 여겨져 왔으며 이를 입증하듯 고위공무원 중 70.6%, 3급 과장급에 있어서도 57.9%를 고시출신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들 놀고 연애 하면서 자유롭게 대학생활을 누릴 때 스스로의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고시공부에 몇 년간을 투자한 노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노력 치고는 너무나 큰 대가를 얻는다는데 형평성의 이슈가 있어왔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단순히 고시를 선택하지 않은 다른 대학생들의 대부분은 노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공이나 관심사를 바탕으로 전공과목에 대한 공부는 물론이고, 기타 다양한 교양과목을 이수하고, 나름의 가치관에 의해서 충분한 문화적 소양을 쌓거나, 인문학적 지식을 습득하기도 하고, 사회봉사활동을 하거나, 어학을 습득하는 등 각자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학 캠퍼스

△ 대학생활은 모름지기 다양한 지식과 풍부한 교양, 그리고 인문학적 배경을 키우는 장이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다시 말하면 고시원에 들어가서 행정고시 과목만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서 그렇지 각자 각 분야에서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 활발하게 본인의 에너지와 시간을 투하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런 노력들의 결과는 어떤가요. 특정 고시과목만을 공부한 사람들이 고시에 패스해서 누리는 결과와 비교해 보면, 방향은 다르지만 나름의 노력들을 해서 얻은 다른 일반 대학생들이 얻은 대가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는 것이 현실입니다. 

단순하게 노력의 대가에 대한 공평한 보상이라는 측면에서만 보아도 이번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은 기존 방식에 비해 상대적인 형평성을 담보한다는 의미에서 환영받을 만하다고 생각 됩니다. 일반 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채용이 되서 나름의 조직의 위계에 따라 승진하고 자리를 잡고 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고시제도가 한 번의 시험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고시를 패스하지 못한 사람들은 채용이후에도 끊임없는 경쟁환경 속에서 부단한 자기계발의 과정을 뚫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면, 고시 합격자들은 단 한번의 고시패스로 그 자격을 유지하기위한 별도의 노력이 없이도(즉 5급 공무원으로 한 번 채용이 되면 중간의 검증과정이나 일종의 실력을 지속적으로 일정 수준이상 관리하지 않으면 5급 이하로 떨어질 일이 없다는 의미임.) 일반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순탄하게 이후의 경력관리나 승진에 있어서 개런티를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양하고 전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한 인재채용으로 공무원사회 전체 업무 효율성 증대를 도모할 수 있음.

모든 공무원들이 다 그렇지는 않으며, 최근에는 공무원사회도 많은 변화들이 있어와서 그런지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하지만, 가끔씩 공무원분들과 일을 하다 보면 일을 하는 방식이나 시스템에 있어서 민간기업에 비해서 너무 경직되어 있으며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물론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에 비해서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무원입장에서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사고방식이나 시스템의 유연함이 아직도 상대적으로 민간기업에 비해서 부족한건 사실입니다.

또한 일반 기업처럼 경쟁체제의 도입을 통해서 성과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지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한 공무원사회에 있어서는 굳이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나 자기계발을 통한 지속적인 업무능력향상과 전문성을 담보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니즈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모든 공무원이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민간기업과 공무원조직을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의미 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이번 민간인 전문가 채용은 기존 공무원사회에 전문성과 다양성을 향한 최소한의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 됩니다. 기존 같은 방식으로 획일화된 시험에 의해서 채용된 공무원들만이 존재하던 공직사회에 비해서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무기로한 민간인들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 일하게 된다면 기존 공무원들도 지금에 비해서는 조금 더 전문적인 업무능력향상을 위해 더 분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기존 공무원과 민간인 전문가들이 적절한 수준에서 조화를 이룬다면 일정 수준내에서 서로를 견제함과 동시에 장점을 교류할 수 있어서 공직사회 전체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의 고시원 행을 통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사회적비용을 감소 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음.

사실 대학교에 들어가면 아주 다양한 전공이 있고, 본인의 적성이나 관심사항에 따라 선택한 전공을 기반으로 젊고 유능한 대학생들이 사회 각계에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을 해야 사회전체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 되는데요. 또한 대학생활 때는 자격증이나 고시 등의 업무지식의 습득 못지않게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교양 그리고 풍부한 문화적 소양이나 인문학적 배경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되어야할 대학들이 오히려 고시제도 합격을 독려하기 위해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기숙사 등 각종 혜택을 주면서 다양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고시원 속으로 몰아 넣고 있습니다. 물론 굳이 고시제도가 아니더라도 본인 스스로가 최소한 국민 공공의 서비스를 하고 싶다는 최소한의 소명의식이나 사명감을 가지고 공무원을 하겠다는 사람들까지 매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국민의 공복으로서 공무원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저 한 번의 시험으로 그저 남 보다 빨리 앞서가기위한 직행티켓을 따기 위해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시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도 없는 것이 사회적 현실입니다. 최근 88만원 세대가 말해주듯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가 않고 취업을 하더라도 정리해고니 명예퇴직이니 하는 제도들로 인해 직업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환경덕분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시를 비롯한 공무원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구조적으로 보면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다양한 직업군으로 진출해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야할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너무 한 분야에만 몰리고 있는 이런 현상은 상당 부문 불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나마도 합격한 사람은 다행이지만 몇 번의 고배를 지속적으로 마시고 나서 몇 년 이상이 흐르다 보면 상대적으로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사회에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활동해야할 미래의 성장동력인 유능한 인재를 잃게 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번 행정고시제도의 개선은 고시합격이후에도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정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와 함께 민간기업에서도 열심히 경력을 쌓으면 공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림으로 인해서 기존 고시공부를 준비하던 유능한 인재들을 좀 더 다양한 카테고리로 진출할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불 필요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비용을 일정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제도시행에 있어서 현재 고시공부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 대한 배려와 연관산업의 축소에 대한 대안, 기존 공무원과 민간인이 같이 근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조직 융화와 안정에 대한 이슈 해결, 그리고 민간인 채용 시스템에 있어서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프로세스의 수립 및 실행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함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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