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아파트값 폭락] 집만 있는 가난한 사람들,
200만 하우스푸어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 TV를 보거나 신문을 보고 있노라면 연일 서울 수도권 집값 하락이 주요이슈입니다. 2000년 이후 지칠 줄 모르고 천정부지로 뛰었던 집값이 이제는 어느 정도 숨 고르기에 들어 갔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집값 하락과 부동산 경기의 침체를 극복하고자 하는 목소리에 정부가 금융규제완화 등의 대책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볼 때 부동산 대세하락은 이미 기정사실인듯 하고 뾰족한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는 정부의 고민도 깊어 지는 것 같습니다.


연일 이런 뉴스를 접하다가 문득, 근 10년 이상 대한민국을 아파트 광풍으로 이끌었던 부동산 시장의 메카니즘, 일반 소시민들까지 휩쓸려 들어간 집에 대한 소유욕의 실체가 무얼까 궁금해지기도 했는데요.

트위터를 하다가 우연히 MBC 김재영 PD가 최근에 펴낸 '하우스푸어'라는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보자마자 인터넷으로 바로 구매를 하고 책을 읽었는데요. 김재영 PD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실증적 부동산 자료, 실제 관련 종사자 및 아파트 구매자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만들어낸 '하우스 푸어'의 진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우스푸어△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하우스푸어, 지은이 김재영, 펴낸곳 더팩트


'하우스 푸어란 어떤 사람들인가?'

'하우스 푸어란' 어떤 사람들일까. 말 그대로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째서 집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가난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하고 말이죠.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중산층이라는 것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집을 가진 사람=중산층,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중산층 이하, 서민 이라는 등식이 당연시 생각 되고,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집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며 '언젠가는 내 집을 꼭 장만해야지'하는 것이 일생 일대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만 하면 집값이 계속 올라서 불로소득이 생기게 되고 그 소득을 투자해서 또 다른 집을 구매해서 또 다른 소득을 얻게 되니 말 그대로 아파트 소유는 중산층 이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여길만도 했습니다.


빚을 지고 집을 구매 했더라도 집의 자산가치가 계속 상승만 한다면 하우스푸어는 생겨날 수가 없겠죠. 그런데 아파트값이 2006년 최고점을 찍은 이후 공급 증가와 더불어 더 이상 가계가 부담할 수 있는 투자여력의 소진으로 2012년 현재 자산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 가계에서는 실제 대출원금이나 이자비용, 각종 부대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아파트 가격의 반등이 없는 이상, 말 그대로 비싼 집을 가진 하우스푸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하우스 푸어' 사람들이 느끼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이유

하우스푸어들이 많아지면 해당 지역에 분쟁이나 갈등이 많이 생겨나게 됩니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때는 문제 삼지 않거나 집값이 떨어질까봐 쉬쉬하던 숨겨진 갈등들이 표출되는 것이죠. MBC의 PD수첩 게시판에도 아파트 분쟁에 관련한 제보들이 많아지는 시기가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는 시기와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고 아파트가격이 하락 하고 있는데도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끼고 집을 구매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하우스푸어라고 인정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인지부조화 현상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지부조화 현상이란 본인의 태도와 행동간의 불일치가 발생하게 되면 이를 불쾌하게 여겨 불안한 감정을 줄이려고 하는데, 행동은 이미 알려져서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본인의 태도를 행동에 맞추려고 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아파트△ 언젠가부터 아파트소유=중산층, 아파트 미소유=중산층이하 서민 이라는 공식이 당연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한국이 아파트 가격 대세 하락의 초기라고 보며 이러한 인지부조화 현상이 아주 강할 때이고, 연일 매스컴에서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거나, 호가 위주의 가격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니 실제 아파트판매를 최근에 경험한 사람들의 말을 비교해 볼 때 실제 매도가와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매도가간의 괴리가 더욱 심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다 보니 아직도 집값이 오를것이다 또는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실제 보다 많아서 스스로를 하우스 푸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느끼는 것 보다는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우스푸어' 386세대의 환호와 그 이후 세대의 비애

386세대들은 정치적으로는 독재의 압박에 시달렸지만, 경제적으로는 축복 받은 세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3저(저유가, 저환율, 저금리) 호황을 통해 기업들이 급성장을 하는 시기여서 386세대는 취업 걱정이 크게 없었습니다. 서울 명문대뿐만아니라 웬만한 4년제 대학을 나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탄탄한 직장에서 경제력을 비축했던 386세대는 2000년 부동산 투기의 주력이 됐습니다. 30대 후반에서 40대에 접어든 이들은 이미 왕성한 주택 수요 연령대에 접어들어 있었으며 일정한 경제력을 비축해놓았던 이들은 2000년대 초반 부동산 투기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판교매입자를 분석해 본 결과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를 중심으로, 50대 30대까지 걸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근저당 설정비율을 보면 50대에 비해서는 40대 30대로 갈수록 그 비율이 높아지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주택 매입의 핵심을 이루는 40대와 30대 매입자의 대부분이 투기 선동에 휩쓸려 무리하게 고가의 아파트를 분양 받거나 매입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이 가운데 30대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1990년데 초중반 학번들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 보이는데, 2000년대 부동산 투기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을 무렵 이들은 사회초년병들이었는데 이제 막 결혼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기 시작했고 부모님의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이들은 자력으로 2000년대 초반 집을 구매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올랐고 '이러다 영원히 집을 살 수 없을지 모른다'는 초조감과 '나도 부동산 투자의 혜택을 보겠다'는 탐욕이 어우러져 하나둘씩 주택시장에 뛰어 들었는데 특히 2005-6년 수도권 2차 폭등기 때 이들의 다수가 뛰어 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상당수가 하우스푸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40-60대가 부풀려온 부동산 거품을 떠받쳐줄 30대 이전의 잠재적 수요자는 향후 급격히 줄어 들게 되어있으며 그들의 수입구조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 입니다. 이러다 보니 어설프게 부동산 붐의 뒷자락을 잡았던 1990년대 초중반 학번들은 부동산 붐의 혜택도 누리지 못한 채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작가인 김재영 PD는 '누가 하우스 푸어를 원하는가'라는 소주제에서 1차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경제를 부양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경기를 활용할 수 밖에 없었던 정부와 그 정책에 기대어 성장했던 건설업체, 그리고 외형적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무리한 가계대출을 시행한 금융권의 매트릭스를 지목하였으며, 2차적으로는 부동산 경기의 활황과 그에 따른 광고수입의 증대를 원했던 언론사들과 부동산 정보업체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재개발의 실상, 분양시장의 실체, 두바이를 꿈꾸었던 송도 신도시의 허상, 신문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실제로 하우스푸어로 고통받고 있거나, 집을 구매하지 않아도 행복을 누리고 있는 실제 시민들의 인터뷰 내용들도 볼 수 있으며, 마지막 전문가 세션에서는 김수현 세종대학교교수, 박경철(시골의사), 선대인(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홍종학 경원대학교 교수들이 재건축 및 부동산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질의 응답 형식으로 본인들의 의견을 싣고 있습니다.
 

송도 신도시△ 두바이를 한국에 옮겨 놓은듯한 송도 신도시의 건물


부디 하우스푸어라는 책이 이미 많은 대출을 받고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들에게는 손실을 최소화 하는 수준에서 더 이상 아파트때문에 고통을 덜 받을 수 있는 의사결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아직 아파트를 구매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집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기대 보다는 합리적인 수준내에서 본인의 수입을 포트폴리오하고 집을 구매하는 것 이외에 가족과 함께 현실적으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취미생활과 문화생활에 대한 소비지출로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로긴없이) 아래 별표손가락 버튼을 꾸~~욱 눌러 주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 있으며
구독+ 에 추가하시면 업뎃되는 제 글들을 쉽게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