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2일 개봉한 영화 '황해'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1월 2일 현재 누적 관객수 150만을 돌파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나홍진 감독은 지난 2008년 '추격자'라는 액션 스릴러로 500만 관객을 동원한데 이어 장편영화로는 단 2번째 작품만에 흥행감독 반열에 오르는 보기 드문 사례를 만들게 되는데요.(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존 흥행 영화들이 대부분 코미디나 전쟁 역사물, 단순 액션물인데 반해서 '추격자'와 '황해'는 그와는 다른, 일부 매니아적 성향이 강한 액션 스릴러라는 쟝르에서의 결과라는 점에서 이런 흥행성과는 더욱더 의미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영화 '황해'는 기본적으로 '추격자'에서 보여주었던 탄탄한 플롯에 의한 숨막히는 긴장감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서 느껴지는 속도감이 많이 닮아 있지만, 중국과 한국의 각지를 넘나드는 로케이션의 방대함과 갈등관계에 있는 주요 캐릭터들의 스토리라인이 더욱 더 치밀하고 복잡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추격자'와는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황해'는 연변에서 택시운전을 하면서 살아가는 구남(하정우)이 빚독촉을 견디다 못해 면가(김윤석)의 청부살인 제안을 받고 한국으로 밀항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구남의 한국행은 빚을 갚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일종의 임무(?)도 있지만 돈 벌겠다고 한국에 가서 6개월째 소식이 없는 아내를 찾기 위한 여정이기도 합니다.

기한은 단 열흘 뿐, 열흘 내에 주어진 일을 완수하고, 아내를 찾아서 연변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런데 낯선 한국 땅에 그가 가진 정보라곤 면가에게 받은 '김승현'이라는 타겟의 주소와 이름이 전부 입니다.

몇 날 며칠 주소지 주변을 배회하며 살해 대상을 확인하고 나름의 살해 모의 연습을 하는 한편,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을 수소문하면서 아내를 찾는 일을 동시에 진행하게 됩니다. 약속된 시간이 거의 다 흘러가고 살인을 실행하기로 마음 먹은 바로 그 날, 구남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휩싸이게 되는데요.


1. 집 나간 아내로부터 시작된 구남의 비극

구남은 한국에 돈 벌러 가겠다는 아내의 여권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지게 되는데요. 그렇게 해서 떠나간 아내는 6개월째 소식이없고 연변 사채조직으로부터 빚독촉에 시달리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빚독촉을 해결하고 돌아 오지 않는 아내를 찾기 위해 연변의 브로커 사장인 면가의 청부살인 제안을 수락하게 됩니다.
 


밤마다 아내와 다른 남자와의 잠자리에 대한 악몽을 꾸면서, 한국의 식당에 갔을 때 식당주인이 주위의 손님들을 보면서 '여기서 진짜 부부가 몇명이나 있겠냐. 빨리 잊고 일이나 할 생각 없냐'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구남은 아내의 배신에 대한 분노와 꼭 찾아서 딸이 있는 연변에 다시 돌아가겠다는 애정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게 되는데요. 아내에 대한 이런 엇갈린 감정 때문에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 들게 됩니다.

2. 바람 핀 애인으로부터 시작된 태원의 비극

낮에는 멀쩡한 버스회사 사장으로 저녁에는 조직폭력배의 두목으로 살아가던 태원(조성하)에게는 애인이 한 명 있습니다. 그런데 평소 형 동생으로 알고 지내던 김승현 교수(곽병규)와 애인과의 불륜을 의심하고 태원은 본인의 수하를 통해 김승현 교수의 청부살인을 지시하게 됩니다. 김승현 교수는 구남의 청부살인 대상이기도 한데요.
 


결국 면가에 의해 청부살인을 지시 받은 구남과 태원이 살해하고 싶은 대상은 동일인물이라는 것이죠. 태원의 청부살인은 성공했으나 살해 과정 중에 본인의 청부살인 교사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 사건에 얽혀 있는 면가와 구남을 제거하기 위한 끝없는 추격이 시작되고 마지막에는 본인도 돌아올 수 없는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

3. 아내의 불륜으로 시작된 김승현의 비극

영화 후반부에 구남이 본인이 살해하고자 했던 '김승현 교수'의 집을 다시 방문하면서 그의 아내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여기서 남편을 살해하라고 지시한 사람을 꼭 찾아서 복수하겠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던 중 본인을 추격하는 조선족들을 만나서 면가를 통해 본인에게 청부살인을 지시한 사람이 모 은행의 과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본인에게 청부살인을 지시했다고 알려진 은행 과장에 대한 복수를 실행하려고 찾아갔던 은행에서 뜻하지 않게 김승현 교수의 아내와 은행 과장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물론 이부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만) 결국 김승현 교수를 살해해 달라고 청탁한 장본인이 그의 아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으며 그의 아내 또한 은행의 과장과 내연의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된 구남은 복수를 포기하고 그냥 떠나게 됩니다.
 


이상으로 '황해'의 주요 캐릭터들이 어떻게 이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됐고 서로를 의심하고, 추격하고, 죽이면서 비극을 맞이 했는지 알아 보았는데요. 결국 사건의 발단은 불륜의 관계에 있던 김승현 교수의 아내로부터 시작됐으며, 집 나간 아내를 찾기위해 구남은 청부살인을 받아들이게 되고, 태원은 애인과의 불륜을 저지른 김승현 교수를 살해하기 위해 또 다른 청부살인의 지시를 통해 사건에 개입하게 됩니다.

이렇게 볼 때 모든 사건의 발단과 비극적 결말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여자의 배신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물론 이 영화는 명확하게 단정지을 수 없는 애매모호한 복선이나 장치들이 꽤 존재하기에 제가 내린 결론이 딱 들어맞는 정답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두 영화에서 보여준 나홍진 감독의 여성에 대한 상이한 관점인데요. '추격자'에서는 여성을 한 없이 나약하고 학대 당하며 비극을 맞이하는 대상으로 묘사했다면 '황해'에서의 여자는 남자에 대한 배신을 통해 남자들 끼리 서로 물고 물리며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비극의 단초를 제공하는 대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추격자'에서 힘없이 남자에게 당했던 여성이 '황해'에서는 본격적으로 남자들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 걸까요? 결론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소유권은 (주)팝콘필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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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미디 프로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것이 개그콘서트의 “달인”이라는 코너 입니다. 사회자1명, 달인과 조수 1명씩 총 3명이 나와서 매번 다른 주제로 엉터리 달인의 말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달인”코너의 형식은 이렇습니다. 사회자가 “16년동I안 ~~에 대해 정통한 달인을 소개합니다.”라고 운을 떼면서 시작하고, 그 이후에는 그 방면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검증을 하는 수순으로 이어지는데 그 과정이 뭔가 석연치가 않고 마지막에는 엉터리로 판명이 나서 쫓겨나는 겁니다.


최근에 가장 큰 재미를 주었던 “미각의 달인”을 예를 들면 주인공 달인은 16년 동안 맛을 하나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사회자는 귤, 레몬, 양파, 청양고추, 태국고추, 고추냉이, 생강 등 생각만 해도 보통사람들이 먹기에는 아주 고통스러운 음식재료들을 순서대로 달인에게 테스트를 하게 됩니다. 달인이 이 재료들을 하나 둘씩 먹을 때 마다 사회자는 맛이 어떻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주인공 달인은 “씹는 느낌만 있을 뿐, 아무 맛도 못 느낍니다.”라고 답변을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맵거나 고통스러운 온갖 표정이 나타나곤 하는데, 그 표정의 이유에 대해서 또 물으면 전혀 엉뚱한 답을 합니다. 양파를 먹고 눈을 찌푸리는 건 윙크하는 것이라고 하고, 고추를 먹고 매워서 눈물이 글썽거리는 건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코너를 보면서 주인공들의 오버액션이나 요즘 흔히들 많이 하는 몸개그가 없는데도 왜 이리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시청자 Insight을 제대로 실행하고 그걸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nsight이란 통찰, 통찰력, 간파, 간파력, 식견 등으로 해석 되지만, 쉽게 말하면 “보통의 사람들이 같은 상황이라면 공감대를 가지고 느꼈음직한 그 무엇을 알아 내는 과정또는 능력”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의 상황에서 보듯이 양파나, 매운 고추를 먹었을 때 눈살이 찌푸려지고, 눈물이 고일 정도로 매운 것은 누구나 경험해 본 바이고, 실제로 그 개그 코너를 보면서 시청자는 저 사람이 얼마나 매울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를 대부분 공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주인공은 “윙크 하는 겁니다. 또는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서요.”라는 전혀 다른 의외의 답변이나 행동을 하기에 항상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죠.

 

저는 광고나 커뮤니케이션도 이와 같이 소비자 인식을 파고드는 Insight이 있어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상 광고는 공감성, 설명성, 독특성, 호감도의 4가지 척도로 평가하곤 하는데 소비자 Insight을 충분히 반영하는 광고는 위 4가지 척도에서 골고루 좋은 점수를 낼 수 있습니다.

 

광고가 단계별로 제품을 소비자에게 인지-선호-구매의향상승-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목적을 가진다고 보면 결국 초기에 단순히 제품정보를 알리는 것 부터 마지막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핵심은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힘인데 이러한 설득의 기본이 되는 것이 소비자와의 공감대 형성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례를 들면 휴대폰을 반사 시켜서 거울 대신 활용하여 이를 쑤신다거나, 아버지의 꾸지람에 기분 상해 있을 때 우연히 아버지 휴대폰에 내 이름 대신 “나의 희망” 이라고 씌어져 있는 문구를 보여 준다거나 하는 광고는 소비자들이 “ 아 맞다. 나도 저런 경우 있는데, 나도 저럴 때 느낌이 그랬는데” 하고 맞장구 칠 수 있는 Insight 광고라는 거죠.

 

물론 많은 광고 담당자들이 이러한 광고를 기획/제작하려고 하는 시도를 하고는 있으나 날카롭게 소비자의 인식을 찌르는 Insight이 없는 경우 평범한 감성광고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개그콘서트의 “달인”이나 좋은 광고의 공통점은 둘 다 소비자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고 그 근저에는 소비자 Insight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나 상황들을 고찰하기 위한 평소의 노력들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훌륭한 마케터가 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아닐까요?

 

-MR Brand의 마케팅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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