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6월 26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포트 엘리자베스에 있는 넬슨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와 운명의 16강 첫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전반 8분만에 포를란이 크로스로 올려준 볼을 루이스 수아레스가 오른발로 밀어 넣어 선제골을 허용했습니다. 이후 전반 중반부터 공격의 주도권을 계속 놓치지 않던 한국은 후반 23분 얻어낸 프리킥을 이청용 선수가 헤딩으로 만회골을 얻어냈으나 코너킥 상황에서 수아레즈가 오른발로 감아찬 골이 네트를 갈랐습니다.

이 날 한국은 기존 4-4-2포메이션을 버리고 4-2-3-1의 새로운 포메이션을 시도했으며, 기존 박주영과 투톱을 이루던 염기훈을 빼고 김재성선수를 과감하게 선발로 기용했습니다. 우루과이의 탄탄한 수비력과 기습공격에 대비해서 중원을 튼튼하게 하면서 기동력을 유지하며  시종일관 밀리지 않는 공격력으로 우루과이를 밀어 부쳤으나 2대1로 아깝게 패했습니다.


사실 오늘 경기 이전까지 국가대표간 우루과이 전적에서는 1무 4패로 한국이 한 번도 이겨 본적이 없는 어려운 상대였고, 이 번 월드컵 리그에서도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탄탄한 수비력으로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던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원정 첫 16강 진출로 얻어낸 자신감과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공격 위주의 전략이 주효했었는데 너무 아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대한민국은 경기에는 졌지만, 대표선수들을 포함한 우리국민 모두의 승리나 다름없는 경기였다고 생각됩니다.

주력선수들의 자신감 회복으로 우리만의 경기를 펼쳤다.

조별 리그 예선에서 경기때마다 주력선수들의 기복이 있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공격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박주영 선수는 아르헨티나전 에서 자책골로 인한 선제골 허용으로 4대1로 한국이 대패하게 되면서 극심한 자책감과 자신감 상실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 입니다. 이후 각종 매스컴과 언론에서 쏟아낸 비난을 묵묵하게 견뎌내고 예선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상대편 반칙으로 인한 프리킥을 절묘하게 성공시키면서 그 동안의 마음의 짐을 덜고 자신감이 회복된 것이 이번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또한 나이지리아전에서 첫골을 허용할 때 적극적으로 상대방 공격수인 칼루우체를 방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에 시달렸던 차두리 선수도 같은경기에서 무승부를 이루고 결국 한국이 16강을 진출하면서 그리스전때와 버금가는 자신감과 체력이 회복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외에도 매 경기때마다 상대적으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선수들이나 실수를 한 선수들의 경우에도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로 인해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신감을 다시 회복하고 본인들의 본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경기가 되었습니다.
 
무엇 보다도 첫 경기 부터 선수들을 아우르며 중원에서 대한민국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팀의 주장인 박지성 선수는 풍부한 유럽 프리미어리그 리그 및 월드컵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을 독려하며 끊임없이 자신감을 주문한 결과 모든 선수들이 전혀 기죽지 않고 원래 준비했던 우리만의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100만, 150만,  50만, 100만, 12번째 전사의 뜨거운 함성의 힘

100만, 150만, 50만, 100만, 무슨 이동통신 가입자 수나, 명절 온 국민의 대이동 숫자가 아닙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월드컵 거리응원 문화가 만들어 낸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및 16강전에 참여한 거리응원 숫자입니다.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독특한 응원 문화와 어마어마한 참여 숫자가 말해주듯 그 열기가 대단했는데요.

그리스전과 첫경기가 이루어진 날 많은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서울역광장, 영동대교, 한강공원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길거리 응원이 이루어졌으며 그 인원이 무려 100만이었습니다. 이후 나이지리아전에서는 경기시간이 새벽 3시 30분임에도 불구하고 50만 가까이 되는 거리응워전이 이루어졌으며, 오늘 우루과이전에서도 여지없이 거리응원의 힘은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특히 나이지리아전의 경우 대부분의 아프리카팀이 탈락하고 주최측인 남아공팀의 조별리그 탈락이 확실시 되는 시점에 6만명의 관중이 일방적으로 나이지리아를 응원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원정을 간 붉은 악마를 비롯한 응원단, 현지 응원단 까지 불과 400여명의 응원으로 비록 현지에서는 비교가 안 되는 적은 인원이었지만, 한국에 모인 50만명의 월드컵 12번째 전사들의 거리응원의 힘이 남아프리카의 우리선수들한테까지 전달이 돼서 첫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오늘 우루과이전을 맞아 전국에 많은 비가 예고 됐음에도 불구하고, 거리응원단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의를 준비하고, 삼삼오오 우산을 가지고 와서 거리응원에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월드컵 응원을 하는 나라가 전세계에 또 어디 있을까요. 이런 국민들의 뜨거운 염원과 함성이 우리 선수 개개인에게 엄청난 용기와 힘을 불어 넣어준 결과 끝까지 열심히 싸웠다고 생각 됩니다. 결국 경기에는 패했지만 온 국민이 월드컵을 계기로 하나된 힘을 보여주는 우리만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한국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허정무 감독의 재발견

아르헨티나전 패배이후 허정무 감독의 용병술이나 전술에 있어서 실망감이나 불만이 일부 있기는 합니다만, 허정무 감독은 원래 단기 게릴라전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사실 2007년 허정무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발탁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주된 이유도 이러한데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대표팀을 맡기 전에 허정무 감독은 토너먼트의 마술사라고 불리웠는데 단기전에 유독 강한 면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국내 FA컵을 세번이나 우승한 것에서 그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긴 호흡으로 이루어지는 정규리그에 비해서 그 날의 컨디션과 용병술, 감독의 시의적절한 전략 전술에 의해서 승부가 갈리는 것이 단기전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월드컵본선은 단 몇 경기로 인해 승패가 갈리고 진출한 나라들을 볼 때 우리나라에 비해서 실력이 결코 뒤쳐지는 팀들이 아니라고 본다면, 단기전에서 그 때 그 때의 운영능력에 강점이 있는 허정무 감독의 선택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은 철저하게 단 한판의 승부로 결정이 나는 단기 게릴라전이었으며 이런 단기전에 비교적 장점을 가지고 있고 감각이 좋은 허정무 감독은 오늘 우루과이전에 대비한 시의적절한 용병술과 전략으로 시종일관 좋은 내용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결국 결과는 우리가 졌지만 경기 내용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승리했던 경기라고 생각 됩니다.

 다만, 찬스에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2번째 수아레즈의 골은 우리의 실수라기 보다는 상대편의 골이 너무 좋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한국감독으로서 최초로
 원청 첫 16강 진출을 이뤄낸 허정무 감독을 재발견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온 국민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준 대한민국 모든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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